강남사람들

유림아트홀 송경화 음악감독

“개관 20주년의 전통을 새롭게 이어가고 싶어”

지역내일 2010-06-15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유림아트홀은 강남 번화가 한복판에서 도시인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있는 곳이다. 강남지역에는 대규모 공연장이 많이 있지만 유림아트홀은 클래식 전문 연주회 공간이자 실내악 연주의 명소로 20여 년 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해온 작은 문화공간이다. 유림아트홀 송경화 음악감독을 만나 유림아트홀의 탄생에서부터,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음악가인 두 딸을 위한 아버지의 큰 선물
플루티스트(Flutist)인 송경화 음악감독은 1971년 서울음대에 진학한 후 1972년 시카고 음대 장학생으로 입학해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내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던 그녀는 1976년 동아일보사 초청 모국 방문 독주회를 통해 국내무대에 선 후, 1978년에 귀국해 본격적인 국내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작은 공간에서도 진지한 음악회가 다양하게 열리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공연장이 보편화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 연주회가 대부분 대규모 공연장에서 열렸고 작은 홀의 공연은 흔치 않던 때였다.
아트홀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주공간이 필요했던 송 감독은 우연히 자신의 뜻을 부친에게 밝혔다. 마침 건물을 막 짓기 시작하던 참이었던 송 감독의 부친은 음악가인 두 딸을 위해 흔쾌히 건물 지하에 아트홀을 꾸미도록 했다. 송 감독의 동생인 희송씨도 첼리스트이다. 공사를 시작한 도중에 아트홀을 만들다보니 전문적인 시공 기술이 부족해 완공 후 음향에 문제가 드러났고, 중간에 대대적인 보수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역이 가까워 연주 도중에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미세하게 느껴지는 등 연주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20여년 전만해도 주변에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보니 지하철 소음이 그대로 전달됐던 것이다. 해가 갈수록 인근에 건물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저절로 지하철 소음 문제도 사라져 전문 공연장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앙상블 유림’ 창단해 실내악 발전에 기여
1991년 5월에 개관한 유림아트홀은 송 감독과 희송씨 두 자매뿐만 아니라 연주 공간이 부족했던 당시의 모든 음악가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개관 기념공연에는 주변 지인들이 그룹으로 참여해 축하를 해주었고, 바이올리니스트인 김남윤 교수도 독주회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유림아트홀을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같이 하던 음악가들은 1994년 5월, 송 감독을 주축으로 뜻을 맞춰 실내악 전문 ‘앙상블 유림’을 창단하게 된다. 김남윤 교수를 비롯해 국내 정상급 연주자 및 음대 교수 38명이 참여해 실내악 발전에 큰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앙상블 유림’은 국내에서의 다양한 기획공연뿐만 아니라 1997년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 기념 음악축제에 초청돼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 음악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각 연주자마다 개인적인 연주 스케줄과 강의 계획이 있다 보니 모든 회원들이 함께 모이기는 어려워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가능한 회원들이 참가한다. 최근에는 젊은 연주자들을 보강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경화 음악감독은 “악기가 다양하고 같은 음악이라도 참가하는 연주자에 따라 매번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앙상블 유림의 매력이다. 회원들 모두 각 악기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고, 연주자들끼리 서로 배려하면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실내악의 묘미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앙상블 유림’ 창단 15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기념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보다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음악회
유림아트홀은 ‘앙상블 유림’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직장인을 위한 음악회, 국내외 유명연주자 초청 연주회 등 다양한 기획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매년 실내악 축제와 한 여름 밤의 음악회를 통해 좀 더 쉽고 편하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눈의 여왕’이라는 주제로 동화와 시, 음악이 어우러지는 한 여름 밤의 음악회는 색다른 시도로 높은 호응을 얻어 올해 여름에도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유림아트홀의 음악감독으로서 다양한 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는 송 감독은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다. 청소년들이 많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방학 기간 동안 한 여름 밤의 음악회를 열어 인기를 끌었으며,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이나 젊고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선발해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해부터는 유림아트홀의 오랜 노하우를 살려 타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기획에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기획과 홍보를 대행해 음악가들이 보다 편하게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에서다.
송 감독은 “2년 전부터 새롭게 분위기를 바꿔 성공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유림아트홀의 공연을 지방에서도 선보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주년을 맞은 유림아트홀이 강남 문화 1번지를 넘어 전국에 공연문화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 이창화(Studio ZIP)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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