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더운 계절이 다가올 때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지난 여름 강릉 여행 때 맛보았던 동치미막국수. 숨이 막힐 정도로 한 여름 열기가 목까지 차 올랐을 때, 얼음 동동 뜬 동치미 막국수 한 그릇은 단숨에 더위를 잊게 해 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동치미에 들어있는 아삭아삭 씹히는 무까지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생각만으로도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한 여름, 뼈 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던 강릉의 막국수 맛 그대로, 동치미막국수를 제대로 만드는 식당이 있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강릉동치미막국수 송파점이 그 곳. 강릉동치미막국수 최옥희 사장은 그동안 강릉동치미막국수 과천점의 맛이 소문이 나면서 서울, 분당, 수원, 안산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 주고 있다며 좀 더 편리하게 강릉동치미막국수를 즐길 수 있도록 죽전, 일산점에 이어 송파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맛의 비결은 정성 그리고 고랭지 청정지역에서 공수한 신선한 재료
지난 3일 강릉동치미막국수 송파점. 오후 3시를 넘긴 시각이었지만 홀에는 아직 손님들이 남아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잠시 후 40대로 보이는 주부 3명이 옆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자양동에서 왔다는 이들은 얼마 전 과천에서 먹어본 강릉동치미막국수가 송파에도 오픈했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들까지 동반하고 다시 찾았단다.
동치미 막국수(6000원)는 강원도식으로 동치미 국물을 만드는데, 항아리에 살얼음이 낀 시원한 동치미가 먼저 나온다. 동치미 국물을 어떻게 삭혀두었는지 새콤하고 시원한 첫 맛에 다른 모든 생각이 날아간다. 먹으면 먹을수록 묘하게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면서 입안이 개운해진다. 동치미에 쓰인 무와 배추 등은 모두 강원도 고랭지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것들이고, 동치미 숙성을 위해 특수저장고와 특수냉장고, 숙성실 등의 시설이 별도로 설치돼 있단다.
조금 기다리면 막국수 면발에 약간의 다대기(매운맛은 없음)와 깻가루, 삶은 계란 등이 얹혀 나온다. 여기에 차가운 동치미 국물을 붓고, 식초 설탕 겨자 등을 각자의 입맛에 따라 조금씩 넣어 먹으면 된다. 국수발은 메밀 함량을 높여서 일반막국수보다 약간 더 쌉싸름하고 거친편이다. 시골스럽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동치미막국수 외에 비빔막국수(6000원)도 있는데, 양념장이 다른 식당과는 좀 다르게 황태를 갈아서 만들었다. 구수한 면발에 참기름과 깨, 다대기가 어울려 달착지근하고 매콤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여성이 먹기에는 막국수 양이 많다 싶게 퍼주는 넉넉함은 이 집의 또 다른 매력.
야들야들 수육, 살짝 데친 통문어도 인기
이 집에선 막국수 외에 꼭 먹어봐야 할 것이 더 있다. 하나는 국산 암퇘지 고기로 만든 야들야들한 수육(중-1만5000원, 대-2만원). 막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황태를 넣고 무친 칼칼한 무침에 백김치를 싸 먹으면 더 없이 좋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메뉴, 통문어(중-2만5000원, 대-3만5000원)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신선함을 자랑한다.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꼬리가 동그랗게 말려 있다. 부러 예쁘게 말아놓았는가 싶어 물었더니 아니란다. 싱싱한 생문어를 살짝 데치면 저절로 꼬리가 말린다고 한다. 문어가 냉동이거나 싱싱하지 않을 경우 데친 후 꼬리부분이 말리지 않고 껍질이 벗겨지기 쉽다고 한다.
강릉동치미막국수의 통문어는 살아있는 강원도 문어를 살짝 데쳐 겉은 익고 속은 덜익은 채 통으로 손님상 앞에서 적당한 크기로 뚝뚝 썰어준다. 초장에 살짝 찍어먹으니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술 한 잔을 곁들여도 그만이겠다. 마침 최 사장의 친구가 직접 만들어 강원도에서 직송한다는 동동주가 준비돼 있어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강릉동치미막국수 송파점 02-402-1212
김은진 리포터 joli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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