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칼럼

<자녀와 손잡고 서점에 가세요!>

지역내일 2010-05-25


 
[서점에 대한 추억]
며칠 전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서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을 살펴보고 있을 때 유치원생 정도의 사내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서점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곧이어 책 제목을 중얼거리며 이 책 저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어 가까이 가다가 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 곁에서 한참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습니다. 그것은 마치 20여 년 전쯤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그 광경이 정겨웠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한글을 겨우 터득한 아들의 손을 잡고,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춘천 명동의 학문사와 청구서적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때는 사실 아들에게 마음껏 책을 사줄 경제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아들에게는 서점 나들이가 즐거움 반, 서운함 반 이었습니다. 아들은 원하는 책을 사게 되면 즐거움으로, 책을 얻지 못할 때는 서운함으로 서점 나들이에 대한 감정을 표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러한 서점 나들이가 아들에게는 책에 대한 귀함을 느끼게 해준 산 경험이었다는 것을 머지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지금은 없어진 춘천의 명소 청구서적과 학문사에 대한 아쉬움처럼, 서점에서 만난 엄마와 아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20여 년을 거스르는 추억에 잠겨보았습니다. 


[자녀 독서지도는 책 선정부터]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부모가 거울이 됩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주고, 부모도 자신이 읽을 책도 함께 산다면 아이들은 부모님에 대한 더 큰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강요하기 보다는 이렇게 서점 나들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책읽기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일이 자녀의 미래를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녀에게 부모가 책을 권할 때 문제점도 있습니다. 자칫 부모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강요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부모로서 책 고르기를 포기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자녀의 자존심을 지켜 주며 책선정하기]
자녀가 읽을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갈 때는 자녀와 함께 가야합니다. 우선 자녀한테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한 뒤 그 내용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때 자녀가 고른 책이 부모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물어보고, 부모님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자녀가 선정한 책이 정말 아니다 싶으면 다른 책을 고르게 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가급적 자녀가 선정한 책을 사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첫 번 서점 나들이부터 부모님의 일방적 책선정은 자칫 자녀가 책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래도 자녀가 고른 책이 아니다 싶으면 부모가 고른 책을 한 권 더 읽게 유도하는 게 자녀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일입니다.
[책선정의 어려움]
책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지식의 정도와 환경과 문화 수준, 성격, 취미 등에 따라 다 다릅니다. 책 선정에 대한 기준을 정했다 해도 때로는 엉뚱한 문제에 부딪쳐 고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정 분야의 책만 좋아하는 자녀에게 그 방면으로 독서편식을 시켜야 할지로 고민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읽을 책을 선정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예컨대 어떤 어린이가 로봇에 푹 빠져서 그 분야 책만 읽으려 한다면 부모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경영인이나 음악가를 시키고 싶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대개 이럴 경우 아직 어리니까 편식하지 말고 다양한 책을 골고루 읽으라고 권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어린이가 장차 우리나라 로봇 산업분야의 권위자가 될 것이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물론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지만, 그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면 신경 써서 자녀의 책 선정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책 선정은 부모의 사랑으로]
자녀에게 책을 권하는 것도 정말 어렵습니다. 결국 자녀의 책 추천에는 부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여러 기준이 있지만, 이제껏 여러 사람이 좋다고 한 책 선택의 방법을 종합해 보면, 우선 베스트셀러나 책광고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와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결국 자녀의 책 선정은, 자녀의 성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가 사랑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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