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이었다. 급격히 떨어진 시력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6개월 후면 ‘실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10대 피가 끓는 내게 찾아 온 기막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죽음’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유원, 막노동을 해 보고 고기잡이배를 타 보았지만, 몇 개월을 버틸 수 없었다. ‘시신경 위축’이란 병으로 후천적으로 약시가 된 나는 외모는 일반인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정상인과 같은 내가 보이지 않아 일을 못한다는 걸 남들이 이해해 줄 수 있겠는가?
의사가 “당신은 회복 불가능한 ‘시각장애인’이 되었다”고 진작 말해 주었다면 좀 더 빨리 장애인으로의 삶을 준비했을 텐데...란 생각을 해 본다. 선천적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에서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외모와 사고방식부터 달랐고, 어렴풋하게 윤곽이라도 감지할 수 있는 내 시력 상태가 그들과 생활을 힘들게 했다. 시각 장애인들은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국 나는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대린원’에서 2년의 피나는 직업훈련과정을 통해 ‘국가공인안마사’가 되었다.
시각장애인들 대부분이 ‘안마사’로 일을 하지만, 음지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안마’하면 나이 많은 분들이 받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일반인들은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특별한 날, 몸에 피로가 쌓였을 때, 식사를 하며 ‘안마’를 받을 수 있는 ‘릴렉스 하우스-해밀’을 오픈하게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꿈을 꾼다. 내가 운명적으로 만난 ‘안마’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휴식과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정된 기반을 갖기 위해 오늘도 마음은 바쁘게 달리고 있다.
건강을 선물하는 ‘해밀’
’97년 시각장애1급 판정을 받은 ‘릴렉스 하우스-해밀’ 대표 반창환씨의 이야기이다. 보통 ‘안마’라고 하는 것은 수기(손놀림)에 따라 스포츠마사지, 동방활법, 발마사지, 안마로 나누게 된다. 안마는 ‘혈’을 잘 아는 안마사가 하는 것이라 운동효과가 있으며 ‘병을 예측’할 수 있어 예방효과가 있다. 몸에 피로물질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안마를 받는 동안 통증을 느낄 수 있고, 받은 후 몸이 아플 수 있는데 이 또한 몸이 좋아지기 위한 ‘명현반응’이다.
새롭게 오픈한 ‘해밀(구봉산)’에 들어서면 익숙한 손놀림으로 손님을 맞는 반창환씨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서면 금산리 노인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안마 무료봉사’도 하며 시각장애가 있는 부인과 함께 살뜰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의료인 자격증의 하나인 ‘안마사’에 대한 인식과 ‘안마’를 보편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반창환씨는 “춘천에 와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알림 소리가 거의 고장이 나있고, 콜센터가 없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생활의 어려움을 전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보건소 ‘헬스키퍼’와 같은 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안마는 요통, 오십견, 좌골신경통에도 효과적이며 안마를 하는 이와 받는 이가 ‘기 순환’이 원활할 때 더욱 편안하게 받을 수 있다. 주방장의 정성과 ‘안마’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릴렉스 하우스-해밀’ 대표 반창환씨는 “시각장애인은 절대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춘천사람이 되기를 희망했다.
*문의:253-6956 (www.cchaemil.com)
이수현 리포터 ley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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