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색함이 끼어들 틈 없이 편안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라면 친.한.사.이.라고 감히 소개해도 될까. 17,8년 전 같은 과 선후배로 만났던 진국이 선배는 몇 년 전부터 조진국 작가가 되어 있었다.
2004년 시트콤 ‘두근두근체인지’를 시작으로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알린 뒤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에세이에 이어 얼마 전 첫 소설 ‘키스키스 뱅뱅’ 까지. 쉬지 않고 뚜벅뚜벅 글쟁이로 걸어가고 있는 선배를 따가운 햇살 가득한 정오에 만났다.
Q 진부할지 몰라도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원래 꿈이 작가였는지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하는 점인데?
A 어렸을 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었다. 그래서 국문과에 간 거고. 광고 카피 공부를 하다가 사정이 생겨 일간지 교열부 기자로 몇 년간 일하기도 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열부 기자를 그만둔 뒤 음악 코디네이터를 하게 됐고, 그 후 방송국 후배 소개로 시트콤 ‘두근두근체인지’를 통해 데뷔했다.
Q 드라마 작가라고 하면 연예인도 같이 떠올린다. 생활은 어땠나?
A 방송 관계 일이다 보니 일단 신기했다. 연예인들이 실제 만들어진 이미지와 다른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았고. 예를 들어 여배우 ‘S''는 새침한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털털하고 ’L''은 얌전한 이미지로 비춰지지만 명랑하고 착하다는 정도? 아무튼 재밌었다.
Q 다른 작가와 달리 작품에서 음악도 꽤 비중 있게 다루고 내공도 남다르던데 제일로 치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A 프린스와 엘라 피츠제럴드를 좋아한다. 프린스는 세월이 흘렀어도 늘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편하다.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특히 엄마와 병명도 비슷했고 돌아가신 날짜도 똑같아 더 애정이 간다.
의외로 기계음이 강렬한 클럽 음악도 좋아한다. 내 아이팟 폴더에는 상당히 많은 클럽 음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Q 그 아이팟 폴더에 들어있는 음악 중 지금 당장 해드셋을 내주며 들려주고 싶은 음악은?
A 최은진의 ‘풍각쟁이 은진’. 근대가요를 다시 불렀는데 아주 한국적인 목소리다. 최은진의 음악은 서글프면서도 재미있고, 감상적이면서도 감각적이다. 노래를 잘 한다는 걸 넘어서 타고난 가수라는 느낌이다.
Q 좋아하는 작가가 누군지도 궁금한데?
A 특정하게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기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슬픈 카페의 노래’도 좋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둘러싼 모험’도 좋고.
Q 작가로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을 말하라면?
A 내 책임 하에 모든 일을 진행해야 하지만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좋다. 힘든 점은 내 능력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 마르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연애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그래서 20,30대 여자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가볍고 읽고 나서 크게 감동으로 남는 건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반응을 살폈더니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다. 목까지 차오른 이야기, 잘 쓸 수 있는 것을 쓰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분명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는 집단도 있고, 그런 목소리에 닿을 수 있는 내용이다”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가벼움이 꼭 무겁다, 진지하다의 반대말은 아니다.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글은 또 하나의 성향일 뿐이다. 경쾌함과 진중함 모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친필 사인과 함께 다정한 멘트가 써져 있는 소설을 받아 들고 속으로 말했다. ‘선배, 미안. 다음에는 꼭 사서 볼게’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