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 배혜정
승학산 억새는
사람이 싫겠다
민둥 돌산에
물 한 모금
그늘 한 점
거저 먹은 적 없는데
배낭 속에 세상의 욕심 지고 와서
이 산에 다 내 주고 간다는
사람들의 흰 소리에
어깨가 짓눌리고
속바지가 벗겨지고
제 피붙이 다 흩어지고
억새는
사람이 싫겠다
하늘아래 작은 벌에게도
폐 끼치지 않으려
꽃 한 송이 얻어 본 적 없는데
무리 속에 온갖 웃음 달고 와서
나를 잊고 떠나겠다는
사람들의 발길 속에
물기 잃어 푸석한 땅도 내어 준다
세상살이가 그러한가
억새는 원망도 없이 허허롭게 웃으며
제 몸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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