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IN 테마

고장을 알리고 보살피는 시니어 지킴이 ② 숲 생태 해설가

지역내일 2010-05-24

‘세상에 이름 없는 들꽃은 없단다
  불러주면 네게 와서 꽃이 되지~’
자연환경의 소중함 일깨워 … 숲 생태 활동 영역 넓어질 것

‘명태가 돌아오려면 숲에 나무를 심어야지~’ 모 기업의 라디오 광고로 진행됐던 캐치프레이즈였다. 작은 나무와 풀이 자연의 순환 고리를 이어줄 소중한 출발이라는 메시지다.
넘쳐나는 고층 빌딩에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게 자연은 이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되고 있다. 비단 나무와 풀 뿐 아니라 작은 시냇물 속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미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이렇듯 자연이 주는 고마움과 숲이 주는 이점을 가까이에서 알려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 아이 손잡고 나온 뒷산에서, 호수를 둘러싼 율동공원에서, 주말마다 오르는 등산로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바로 ‘숲 생태 해설가’들이다.
딱딱한 교실을 벗어나 맑은 공기 가득한 숲 속에서 듣는 나무와 풀, 시냇물의 이야기는 그 어떤 메세지보다 드라마틱하다.

지역의 시니어 숲 생태 해설가
박경혜(61·언남동)씨는 2002년부터 양재천과 우면산, 청계산 등에서 숲 생태 해설을 해왔고 6년 전 용인으로 이사를 와서도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아이들 크고 내 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 시작했는데 적성에 맞는 활동이라 행복하게 하고 있지요.”
박씨는 “나무와 풀이름을 자주 불러주면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생겨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며 어릴수록 생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분당의 율동공원에서 숲 생태 해설을 하고 있는 이숙희(67·성남동)씨도 예순의 나이를 지나 숲 해설을 시작한 열혈 환경가다.
“산과 물을 좋아하던 어릴 때 추억이 60을 넘긴 나이에 숲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용기를 줬어요. 배움이 좋아 시작한 공부가 숲 해설 활동으로 이어질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뚱딴지’라 불리는 ‘돼지감자’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이씨는 “숲에는 생각보다 아기자기한 세상이 들어 있다”며 “그것을 잘 보존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변한주(62·분당동)씨는 “햇빛을 조금 더 일찍 받기 위해 이른 봄에는 작은 풀들이 먼저 피어나고 뒤이어 큰 나무에서 싹이 난다”며 “자연이 저들 나름의 균형으로 어우러져 소통하고 나누는 방식을 오히려 사람들이 배워야 한다”고 전한다.

경험과 연륜으로 따뜻한 시선 유지
이처럼 지역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알리는 역할에 시니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퇴 이후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찾는 이들에게 숲 생태 해설은 경험과 소질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활동 무대가 되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의 열정적인 해설은 관람객들의 호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분당 정자동에 사는 이민주(38)씨는 “주말에 아이들하고 휴양림에 갔는데 연세 지긋한 할머니 강사님이 작은 풀들과 새, 다람쥐 이야기를 전해 주는데 따뜻한 시선과 정겨운 이야기에 가슴이 잔잔해졌다”며 “연륜에서 오는 여유와 풍부함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각 지자체나 환경 단체에서도 50~60대의 숲 해설가들을 반기는 분위기다.
용인시 산림휴양과 담당 김숙자씨는 “산림청의 일자리 창출 차원으로 숲 해설과 숲 생태 관리인을 모집했는데 지역 시니어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전국적으로 2만 여명을 모집한 올해보다 내년엔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숲 생태 해설가’라는 명함으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든 경우도 있다.
대한노인회수지구회(지회장 이경숙)의 숲 생태 해설가들이 주인공. 은퇴 후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배운 ‘숲 생태 교육 이수증’으로 용인시에 공모, 월 20만원의 봉급을 받는 당당한 직업을 만들어낸 것.

숲 해설 요구 많아질 것
이렇듯 지역의 어른이자 환경 파수꾼으로 시니어 숲 해설가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 자신만의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경혜(61) 숲 해설가는 “요즘 뜨는 아이템이라고 자기 취향에 상관없이 덤벼들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며 “특히 시니어들은 과거의 화려한 경력이나 어른이라는 권위 의식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마음을 젊게 가지고 열려 있어야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해서 모두 활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맹산 자연학교의 변한주(62) 숲 해설가는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의미 있는 지점으로 연결 될 수 있다”며 “그렇게 활동 경력을 쌓고 내실을 갖춘다면 일자리의 기회도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용인시 산림 휴양과의 김숙자씨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지역사회의 숲 해설에 대한 요구도 많아져 앞으로도 숲 생태 해설은 관심 있는 활동영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숲 해설’로 일자리 만든 대한노인회 수지지회 강사회

“은퇴 후 소일거리 찾다가 근처에 사는 지인 10명이 모여 사회봉사를 해보자며 의기투합 했죠. 마침 대한노인회 서대문지회에서 숲 생태 해설가 양성 과정이 있어 듣게 되었고 그렇게 자격을 갖춰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07년부터 대한노인회수지지회에서 숲 생태 강사회 팀장을 맡고 있는 진광철(70·성복동)씨의 설명이다.
현재 21명으로 구성된 이들 강사회는 전직 교장, 장교, 중견 기업 CEO 등 과거 화려한 경력도 자랑한다. 그러나 은퇴 후 무료한 일상을 견디는 게 힘들기는 마찬가지. 사회봉사를 위해 배운 생태교육으로 대한노인회수지지회에 봉사 처를 문의하게 되었고 수지지회에서는 용인시청에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제안, 채택이 되면서 명실상부 떳떳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대한노인회수지지회의 김미숙 취업 센터장은 “시행초기인 2007년, 교육을 받아온 15명의 강사진이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숲 생태 교육을 나갔는데 처음부터 반응이 좋아 힘을  얻었다”며 “일자리 파트가 확고해 지면서 현재는 21명의 강사들이 지역 학생들에게 숲 해설가 선생님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진광철씨는 “학교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상을 배우던 아이들이 숲에 나와서 확대경으로 열매도 보고, 가을 단풍도 보면서 자연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을 좋아하고 숲 해설에 쫑긋 귀를 귀울이는 아이들이 있는 한 해설가라는 명함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미영 리포터

분당ㆍ용인에서 숲 생태 해설가가 되려면

● 분당환경시민의모임 
현재 총 28명이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50세 이상 시니어들은 5명 정도다. 교육은 올 4월부터 10월까지 현재 매주 수요일 수업이 진행 중이고 수강신청도 가능하다.올 해 교육을 이수하면 다음해부터 자원 활동가로 참여하게 된다.
주로 유치원, 초등학교 등지로 환경 교육을 나가고 맹산에서 숲 해설을 하게 된다. 분당환경시민의모임은 7년 전부터 매년 다양한 환경관련 지도자 양성과정 수업을 열고 있다.
문의 031-702-5610 / www.bandi.or.kr

●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
환경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해설가를 양성하고 있다. 특정 장소의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방문객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획,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양성교육과정을 운영한다.
2001년 환경체험강사 1기를 배출한 이후 현재까지 328명의 환경 체험 교육 강사를 양성하였으며, 양성된 강사는 각 학교의 환경지킴이 동아리 지도 교사로 파견되어 청소년환경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매년 5월~8월에 교육이 있으며 영장산, 탄천, 청계산, 율동공원 등에서 숲 해설도 하게 된다.
문의 031-721-6533 / www.environmental.or.kr

● 대한노인회수지지회
약 21여명의 시니어 숲 해설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용인시 수지관내 학교, 유치원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숲 생태 해설 활동은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월 20만원의 봉급을 받을 수 있다. 양성 교육 과정은 대한노인회 서대문지회에서 받을 수 있다.
문의 031-266-0892

● 푸른환경새용인21실천협의회
청소년과 시민들의 환경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생태 해설가 과정을 운영했다. 모범적인 활동으로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한 기관.
현재 숲 해설가 35명이 활동 중이며 ‘용인 나무이야기’, ‘용인 곤충이야기’, ‘용인 풀꽃 이야기’ 등의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문의 031-33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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