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반 아이를 때렸다는 전화를 받고 머리가 텅 비었다. 아이를 먼저 키운 도서관 선생님께 어찌하면 좋은지 물었다. 얘기를 들은 선생님이 이 책을 내게 건넸다. <네가 아니었다면>.
며칠 후 남편이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아빠랑 책을 읽다가 내게 와서는 “유나도 엄마의 선생님이야?” 묻고 갔다. 그렇게 하고도 나는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튀어나올까 겁이 났다. 그렇게 20일이 지나고 오늘에야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걷는 것부터 밥 먹는 것, 단추를 잘 꿰는 것, 친구와 싸우고 나면 화해하는 법 등을 가르치느라 엄마는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엄마 귀에 속살거린다. “엄마는 내 선생님이야.” 하지만 엄마는 말한다. “아이야, 네가 엄마의 선생님이야.”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친 것은 엄마지만, 엄마 역시 아이가 아니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안다. 계단 앞에서 유모차를 세우고 그 높은 벽 앞에서 한숨 쉬었을 사람들을 생각했고, 투정 부리는 아이 모습을 보고 똑같이 가슴 아팠을 엄마의 엄마를 떠올린다. 무릎 꿇고 고개 숙여야 보이는 작은 세상도 아이 덕분에 배운다.
너를 기르면서 엄마는 점점 눈물이 많아졌어. (정말 그렇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 같이 울었지. (그러기도 했지.)
너를 기르면서 엄마는 점점 낮아졌어. 네 손톱에 할퀸 아이의 엄마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 (손이 발이 될 뻔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 같은 이 책을 연거푸 두 번 읽어달라 한다. 읽으면서 또 묻는다. 엄마가 진짜로 제 선생님인지. 당연한 걸 왜 묻나 싶다. 마지 못해 하는 것 같은 내 고백이 성에 차지 않은 것이겠지. 책을 빌어 다시 고백하련다.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는 처음 키워보는 것이어서 엄마도 너에게 배우면서 또 자란단다. 너는 엄마의 선생님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지은이 김별아
그린이 이장미
펴낸곳 토토북
값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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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남편이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아빠랑 책을 읽다가 내게 와서는 “유나도 엄마의 선생님이야?” 묻고 갔다. 그렇게 하고도 나는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튀어나올까 겁이 났다. 그렇게 20일이 지나고 오늘에야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걷는 것부터 밥 먹는 것, 단추를 잘 꿰는 것, 친구와 싸우고 나면 화해하는 법 등을 가르치느라 엄마는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엄마 귀에 속살거린다. “엄마는 내 선생님이야.” 하지만 엄마는 말한다. “아이야, 네가 엄마의 선생님이야.”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친 것은 엄마지만, 엄마 역시 아이가 아니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안다. 계단 앞에서 유모차를 세우고 그 높은 벽 앞에서 한숨 쉬었을 사람들을 생각했고, 투정 부리는 아이 모습을 보고 똑같이 가슴 아팠을 엄마의 엄마를 떠올린다. 무릎 꿇고 고개 숙여야 보이는 작은 세상도 아이 덕분에 배운다.
너를 기르면서 엄마는 점점 눈물이 많아졌어. (정말 그렇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 같이 울었지. (그러기도 했지.)
너를 기르면서 엄마는 점점 낮아졌어. 네 손톱에 할퀸 아이의 엄마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 (손이 발이 될 뻔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 같은 이 책을 연거푸 두 번 읽어달라 한다. 읽으면서 또 묻는다. 엄마가 진짜로 제 선생님인지. 당연한 걸 왜 묻나 싶다. 마지 못해 하는 것 같은 내 고백이 성에 차지 않은 것이겠지. 책을 빌어 다시 고백하련다.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는 처음 키워보는 것이어서 엄마도 너에게 배우면서 또 자란단다. 너는 엄마의 선생님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지은이 김별아
그린이 이장미
펴낸곳 토토북
값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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