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차기행(2-1)

차마고도의 출발지, 스마오

지역내일 2010-06-06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고대의 무역로’로 알려져 있다. 사실 ‘고대’라는 표현은 어색하고 옛길‘이란 표현이 옳을 것이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차(茶)와 중국 서북, 그러니까 중앙아시아의 말과 맞바꾸기 위해 티베트를 넘어 네팔·인도·유럽까지 옛 사람들이 오갔다는 오래된 교역로를 말한다. 실크로드보다도 한 2백년 정도 앞서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길이는 약 5천km, 평균해발고도가 4천m 이상인 높고 험준한 길이며 만년설이 덮인 5천m 급의 설산과 협곡을 지나는 길이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사실 이 길들은 일시에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보태지고 또 보태져 지금가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역사학이나 인류학계에서는 차와 말뿐 아니라 문명을 실어 나르던 이 길을 광의의 실크로드 개념으로 이해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 차마고도의 출발지가 바로 윈난성의 푸얼(보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보이차는 바로 이곳 보이현에서 만들어져 티베트와 중앙아시아 쪽으로 수출되던 흑차(黑茶)를 말한다. 현재의 지명인 스마오(思茅)는 푸얼차의 집산지이기도 하고 바로 차마고도(茶馬古道) 출발지, 차마가도(街道)이다. 
  스마오의 번화한 거리에는 이제 차마고도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차마고도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시내에서 택시로 약 30분을 북쪽 쿤밍 방향 213도로로 달리니 여기저기 허물어져 폐허가 되어버린 집들이 눈에 들어오고 흰 페인트로 구재(救災)라고 표기한 파란 텐트들이 집집마다 서있다. 지난 유월의 지진으로 많은 집들이 무너져 정부에서 임시 거주용으로 보낸 텐트란다.  한참 재해복구가 진행 중인 산쟈춘(三家村) 입구에는 볼품없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말뚝 하나가 달랑 서서 ‘차마고도’를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을에 들어서도 차마고도가 보이지는 않는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으니 마을 뒷산을 이십분 정도 올라가야 한단다.  복구작업이 한창인 마을을 등지고 뒷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 지 이십분이나 되었을까?  ‘차마고도’라 쓰여진 나무판자가 길모퉁이에 꽂혀있다. 차마고도다!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판석이 깔린 작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지금은 마치 우리네 등산로 정도의 규모이지만 이 길은 먼 옛날부터 중국 남부에서 재배된 차(茶))와 티베트 고원에서 자란 말을 교역하던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무역로다. 푸얼차(普?茶)의 원산지 윈난성 남부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쿤밍, 따리(大理), 리장(麗江), 샹그릴라, 더친을 거쳐 티베트의 망캉(芒康·),린즈(林芝), 라싸를 지나 네팔, 인도로 이어지고, 다른 쪽으로는 중국 쓰촨성 야안(雅安)에서 캉띵(康定), 청두(成都), 라싸를 거쳐 파키스탄까지 수천 Km 뻗어나간 길이다. 이 길은 멀게는 서아시아, 서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 길을 다니던 상인 조직 마방(馬幇)들은 중국과 티베트 간 차와 말의 교역뿐만 아니라 중국의 담요, 천, 면화, 사금, 철, 금(金), 은(銀) 등과 티베트의 동충하초, 녹용, 홍화 등을 실어 날랐다. 차마고도에서 만나 83세의 촌로 주오(左)씨는 그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차마고도의 마방들은 5~10명씩 무리를 지어 말 등에 짐을 싣고 다녔는데, 젊은 시절 큰 규모의 마방이 마을을 지나가면 돼지를 잡아 접대하고 마초(馬草)를 준비하느라 온 마을이 떠들썩했다고 한다. 증손을 무릎에 앉힌 주오씨는 얼굴 가득한 패인 깊은 주름에도 옛 기억을 되살리며 잔잔한 미소로 회상에 잠긴다.

 ‘딸랑!딸랑!’
주오씨의 귀에는 여전히 줄을 이어 산을 오르는 마방들의 말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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