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체한 몸과 마음, 8년 봉사로 비워냈다
“할무이요~ 문 좀 여이소, 저 왔어요.”
부천시 오정구 성곡동 지하방 앞, 삼신노인봉사회 최수창(57) 회장이 독거노인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늘 최 회장은 밑반찬과 두유를 배달하러 왔다. 안은 조용하다. 서너 번 더 소리치자 문이 빠끔히 열린다. “아이고, 누구신가 했네, 경상도 그 양반인가 보네.” 앞을 못 보는 어르신이 목소리를 듣고 반겨 맞는다. 사정이 있어서 빠진 회원 대신 봉사하러 온 최 회장과 어르신은 이렇게 만났다.
봉사활동은 나의 ‘소화제’
저녁 5시 출근해서 새벽 5시 퇴근. 최수창 회장은 12시간 동안 택시 운전을 한다. 긴장 속에 운전하느라 피곤하지만 일과 중에 빼놓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자신을 기다리는 독거어르신 댁 방문이다. 어르신을 찾은 그의 구수한 입담은 노인들이 살아가는 활력소가 된다.
“제 아버님은 3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어르신을 부모님처럼 잘해드리고 싶어요.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지난 2003년 최 회장은 나이 지긋한 부부가 산에서 힘겹게 일하는 걸 보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노인들을 돕자고 마음먹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그는 2003년 부천에 소재한 삼신택시 기사들의 봉사단체인 삼신노인봉사회에 몸을 담았다. 그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봉사 이력은 올해로 8년째. “내놓을 건 하나 없지만 운전만은 잘하잖아요. 오정노인복지관에서 독거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대접해드리고, 부천적십자 봉사대원으로 나들이 할 때 차에 태워 모셔가고, 원종복지관에서는 이사할 때 이삿짐도 날라다 드렸어요. 봉사는 제 소화제예요. 살면서 체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니까요.”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안타깝다
“처음 봉사회에 가입했을 때요. 내 부모도 잘 못 챙기는데 무슨 봉사를 하겠나, 하는 생각에 탈퇴를 결심했죠. 그러다 그냥 하기로 결정했어요. 부모님께 잘해드리면 되고, 어려운 어르신들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요. 그 땐 생각이 짧았었던 거죠.”
열심히 따라 다녔다. 노인을 비롯해서 모자가정 등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아낌없이 도왔다. 현재 그와 회원들이 돌보는 어르신은 약 60여 명. 밑반찬과 도시락 배달, 세탁물 수거에서 목욕 봉사까지 차량 이동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한다. “이삿짐 옮길 때가 제일 오래 걸려요. 차에서 내려 장롱까지 맞춰주고 나면 어둑어둑해지죠. 회원들에겐 아마 두 시간 쯤 걸릴 걸? 그러지만 하루 종일 걸릴 때가 많았답니다. 하하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어버이날, 여성 회원과 함께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기 위해 독거노인 집 문을 두드렸다. 그 집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서 옷도 못 입고 있었다. 최 회장은 한 시간 남짓을 밖에서 기다렸다. 여성 회원이 들어가서 목욕과 청소를 마치고 나온 시간 동안. “그 노인은 부모를 몰라라 하는 자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자식 때문에 나라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요. 대부분의 노인들이 이런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정말 안타까워요.”
주말농장 채소는 어르신들의 영양제
최 회장은 5년 째 회원들과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장에서 재배하는 채소들은 노인들에게 공급되는 비타민이다. 여름 내 키운 야채를 여러 집에 배달하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지만 다만 봉사할 수 있어서 고맙다. “농사에 전념해주는 회원들에게 고마워요. 풀 뽑으러 가잘 때 와주는 회원들도 고맙구요. 고추와 가지, 상추들을 골고루 섞어서 나눠드릴 때는 주말농장에게 말하죠. 농장아, 고맙다, 라구요.” 그는 농장을 통해 회원들의 결속도 다지고 있다. 뜯은 채소로 삼겹살 파티를 열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동안에 단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봉사회 회원들은 “갑자기 일이 생겨도 회장님 봐서라도 가야지, 하고 달려간다. 평소 우리들이 못했던 일을 대신 해주는 회장님이라서”라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 앞으로 그는 양질의 봉사대원을 양성하기 위한 교양교육과 워크숍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한 일은 별로 없어요.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할 뿐이죠.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더욱 사랑을 실천하며 삼신노인봉사회를 이끌어가겠습니다. 동참하실 분들 계시면어서 오세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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