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 패륜녀, 언어 예절과 표현

지역내일 2010-06-01

 


글 최영미
   現 나비스피치 아나운서아카데미 원장
     前 KBS아나운서
    문의 (02) 3288-3298


설마 너도 그러고 다니진 않겠지?
얼마 전 모 대학 화장실에서 한 대학생이 청소 아주머니와 다툼 끝에 욕설을 한 사건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일명 K대 패륜녀 사건. 결국 학생 본인과 부모, 대학까지 사과를 했으며 네티즌들은 어린 학생이 어머니 같은 분께 욕설을 한 것을 두고 비난하다 못해  사진과 개인 정보를 들추어내며 일명 ‘신상털이’를 해댔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갑자기 아들딸을 불러 세워 ‘설마 너는 저러고 다니지 않겠지?’하며 뒷북 단속을 한 부모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학생은 왜 청소아주머니께 욕설을 했을까
물론 그 학생 인격 수준의 문제이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요즘 사회의 언어 표현에 대해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자신은 돈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 사람이고 청소 아주머니는 돈을 받는 사람이니 돈을 내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표현해도 된다는 생각. 둘째, 청소아주머니께 쓰레기를 치우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그리고 기분이 나쁘고 흥분해서 좀 그랬기로서니 뭐가 그리 대수냐는 생각 등등 그 여학생으로서는 그 다툼과 욕설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어른에게 막말을 한 점과 청소아주머니를 직업적으로 하대한 것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예절의 기본은 언어예절이다
다툼과 욕설의 장본인인 그 여학생의 사고력과 표현력 두 가지 모두 문제였다. 그러나 그 여학생은 아마도 자기 의사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과 사회적 예의, 또 그 중요성을 몰랐던 듯싶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강자와 약자, 어른과 젊은이 등 상하관계가 아니어도 예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언어 예절은 모든 예절의 기본이며 친구, 부모,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누구에게나 똑같이 필요하다. K대 패륜녀가 된 그 여학생도 그 아주머니가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욕설을 해대지는 않았을 것이며 부모도 딸이 밖에서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올바른 언어 예절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최근 핵가족화, 맞벌이, 외동이의 영향으로 가정교육이 소홀해 지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왜,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물론 부모나 가족에게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성과 막말을 일삼는 드라마, 은어와 비속어가 판을 치는 온갖 예능 방송과 정치인들의 거친 표현, 익명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인터넷 언어들도 사회의 언어예절 기준을 저하시키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표현한다
우리는 흔히 무뚝뚝한 사람을 두고 마음은 안 그런데 표현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무뚝뚝한 사람을 애써 이해하고자 하는 말일 뿐이다.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그 마음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인간의 말은 동물들의 말과 다르게 말 속에 여러 가지 표현이 내포되는 복잡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예절을 지키지 못하면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고, 다툼이 일어나게 될 뿐 아니라, 사회는 더욱 거칠어지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언어를 곱고 바르게,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소통이 잘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의 존경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고력은 있는데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들
최근 스피치를 배우러 오는 수강생들이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 신입생인 딸을 데려오는 어머니, 대학 면접을 준비하는 고3학생, 대학 강사인 남편을 이끌고 오는 아내, 아들을 데려오는 아버지, 환자를 상담해야 하는 병원 원장, 20여 년간 고위직으로 근무해 온 금융인, 방송출연을 하게 된 법조인,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초등학교 선생님 등 말을 잘 하고자 학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사고력은 있는데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특히 언어 예절을 지키면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서툴다는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언어표현과 예절
언어표현과 예절은 하루아침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예절은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것이 바쁜 현대인의 여건상 어려운 일이라면 학습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익혀야 하며 부모에게 배우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언어는 앞서 말했듯이 예절이며 사고의 표현이며 소통의 기본이다. 올바른 언어예절을 회복해 말끝에 감정상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개인과 가정, 사회가 함께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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