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안산시청소년논술과거시험 최우수 민준휘 학생

저작권협회 독후감상문 대회서도 입선, 방과 후 논술교실 활용

지역내일 2010-06-01 (수정 2010-06-01 오전 9:57:48)
 따닥 따닥...

4월15일 경안고 컴퓨터실에서는 무거운 침묵 속에 컴퓨터 자판 누르는 소리만 들린다. 가끔 헛기침 소리가 들릴 뿐 아이들의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이날은 제3회 안산시 청소년 논술과거 시험이 있는 날. 도포 자락 휘날리며 일필휘지 붓을 놀리는 예전의 방식과 다른 과거시험이지만 분위기는 더 없이 진지하다. 이날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탄(중등부문) 민준휘(해양중3)도 두 시간 동안 몇 번의 수정 끝에 결론을 맺고 있다. 이날의 논제는 ‘가족제도 변화에 따른 바람직한 가족관’  

방과 후 논술교실서 실력 쌓았어요
 
서점 북 카페에서 만난 준휘는 첫 눈에도 까불까불한 또래 아이들과 다른 진중함이 있다. 중학생이지만 중학생답지 않은 분위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내뿜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수상을 축하한다고 하자 “작년에 입상을 못해 올해도 참가에 의의를 뒀는데 최우수상이라고 해서 믿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전통적 가족제도에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과 현대 가족관의 자유와 다원성을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자평하는 준휘는 ‘방과 후 학교’를 잘 이용한 케이스. 1학년 때 국어담당이자 방과 후 논술 선생님이었던 담임(이종진)을 만나면서 논술의 재미에 빠졌다. 일주일에 한번 한 시간 삼십분씩 하는 방과 후 논술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학기 중에도, 방학에도 빠짐없이 참여한 것이 수상의 밑바탕이 되었다. 

장원급제로 안산시 차세대위원으로 위촉
 
준휘에게 방과 후 논술시간은 단편적인 지식을 총체적으로 알게 하는 힘을 주었다고 한다. 1.2학년 때 단편적으로 쌓았던 지식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순서가 생기고, 정리가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저출산이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노령 인구 증가만이 아니라 좀 더 확장된 영역, 가족제도 변화와 사회적 현상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작년, 대회에 참가 했을 때는 시험의 가장 첫 단계인 제시문의 요약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고 한다. 제시문을 읽자 출제자의 의도까지 보였다고 한다. 과거논술대회 장원급제(최우수상)로 준휘는 안산시차세대 위원으로 위촉되어 정책개발에 참여하고, 청소년 주간 기념행사 ‘2010 열정有’에서는 어사화 꽂은 의관을 입고 말을 타는 가두행렬을 하게 된다. 

감동이 있는 소설 쓰기가 꿈
 
베르베르의 ‘개미’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준희의 설명에 그의 독서수준이 가늠된다. 이 책들은 어른이 보기에도 읽기 능력이 요구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신’은 몇 번째 읽는 중인데, 모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독서감상문 대회를 위해 다시 꼼꼼히 읽는 중이라고 한다. “1학년 때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주관하는 감상문 대회에서 입상을 한 적도 있다”고 아들과 동행한 엄마(김경화)는 조심스럽게 알려준다. 쑥스러운 듯 벌컥 콜라를 마시는 준휘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이럴 때 보니 순진한 조카 같기도 하다. 이영기의 시 ‘낙화’를 읽고 ‘이별을 겪고 거울을 보니 내 키가 큰 것 같다’로 끝맺는 단편소설을 쓸 정도로 창작에도 소질이 있는 준희의 꿈은 소설가. 인터뷰가 쉽지 않은 듯 시종 쑥스러워하는 소년을 보면서 ‘지금 내가 미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함께 하는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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