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아파트와 학교,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일까? 멀리 자연휴양림에나 가야 경험할 수 있는 숲 체험을 일상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지난 4월부터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에서는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율동공원 숲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11월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계절의 특성에 맞게 율동공원과 영장산의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차 막힐 것을 각오하며 나서는 나들이는 이제 그만. 애들 자전거나 태워주러 가던 율동공원이 천혜의 자연 놀이터로 변신한다. 생활 속에서 지속가능한 자연만나기. 그 현장으로 출발~!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AM 10:00 참가 가족 모이기
율동공원 요한성당 앞주차장 오른쪽 돌계단에 나들이 복장을 한 12가족이 모였다.
서현동에서 온 오종은(40) 씨네 가족. “신문에서 보고 숲 체험을 신청했어요. 엄마인 저도 자연을 잘 몰라서 애들에게 해줄 말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애들과 함께 자연을 맘껏 느끼고 배우고 싶어요.”
이날 참석한 12가족은 3팀으로 나뉘어 숲 기행에 나섰다.
AM 10:15냉이장구 만들기
윤수정 환경생태 해설가를 따라나선 3조 가족들이 율동공원 호숫가 울타리에 기대섰다. “오늘 날씨가 좋아 하늘이 맑지요? 하늘이 담긴 호수 빛깔을 한번 보세요. 하늘 높이에 따라 호수의 색깔도 달라진답니다.” 해설가의 설명에 참여한 가족들이 율동공원에 처음 와본 사람들처럼 하늘과 호수를 번갈아 바라본다.
“이 작은 꽃들을 보세요. 노란 꽃은 코딱지처럼 작다고 해서 꽃다지라 부른답니다. 이 하얀꽃은 봄에 된장국을 끊여먹는 냉이예요. 밑에 작은 하트모양 열매가 보이죠? 열매들을 살짝 살짝 뒤로 당겨 늘인 후 줄기를 귓가에 대고 돌리면 잘랑잘랑 소리가 나요. 이게 냉이장구죠.”
AM 10:30쇠뜨기 조립놀이
“이 풀 좀 보세요. 이상하게 생겼죠? 뱀밥이라는 풀인데요, 뱀밥이 시들면 그 줄기에서 쇠뜨기가 자랍니다. 소가 좋아하는 풀이라 쇠뜨기라 부르지요.” 지천으로 난 쇠뜨기를 한 줌씩 뽑은 참가자들이 인근 풀밭에 철퍼덕 앉아 ‘쇠뜨기 조립놀이’에 돌입한다. 마디마디 쪼개지고 다시 그 마디마디를 이어 레고 조립하듯 붙일 수 있는 쇠뜨기 조립놀이는 아이들의 인내심을 기르기에 그만이다.
AM 11:00조별대항 자연게임
율동공원 호반의집 뒤쪽 공터에 앞서간 1,2조도 함께 모였다. 조별대항 게임시간. 엄마, 아빠들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짝짓기도 해보고 꼬리잡기도 해본다. 쇠뜨기, 사슴벌레, 기린 등 ‘몸으로 자연물 표현하기’ 코너에서는 모두가 함께 행위예술가가 되어보기도 했다. 환경봉사체험 나온 중고생들도 어색함을 던져버리고 나이어린 동생들, 부모님과 하나가 되어 열정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AM 11:30영장산 숲 체험 산행
율동공원에서 영장산으로 산행을 하려면 ‘대도사, 숲속의 작은집’으로 가는 길로 향하면 된다. 영장산 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옛날 한양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길가에는 봉황이 내려와 놀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명막바위’도 있다.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영장산 숲속을 거니니 자연에 관한 지식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도토리가 열리는 신갈나무, 침이 2개짜리 토종 소나무, 한국의 바나나라는 으름, 연필나무로 많이 사용하는 향나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대기오염가스를 좋아한다는 애기똥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착안하게 한 단풍나무 열매. 도심 속에서도 자연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PM 1:30자연빛 손수건 만들기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자연빛 손수건’만들기. 산행 길에 채집한 풀과 야생화를 손수건에 올려놓고 고무망치로 통통 두들기니 풀잎, 꽃잎 모양 그대로 손수건에 물이 들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게 참 좋네요. 오늘 안 나왔으면 집에서 뒹굴었을 텐데, 일요일 오전을 너무 값지게 보냈습니다. 가족 나들이가 많은 5월인데, 너무 멀리가면 차 막힐까 걱정이고, 오늘처럼 우리지역 가까운 곳에서 알차게 보낼 계획입니다.” 딸과 예쁘게 손수건을 물들인 오종은 씨가 5월의 봄을 만끽한 하루였다.
#율동공원 영장산 환경기행 참가방법
● 일시 :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12시
● 장소 : 율동공원 요한성당 앞 큰 주차장에 주차후 오른쪽 돌계단 모임
● 참가인원 : 매회 12가족 (4 가족 당 1인 숲 체험 활동가 담당)
● 참가대상 및 참가비 : 성남시민이면 누구나 무료
● 신청방법 :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www.environmental.or.kr) 율동공원 영장산 숲체험 신청하기 클릭- 회원가입-신청서작성 / 문의 : 031-721-6533 031-722-5511
● 신청자에 한해 환경봉사 증명서도 발급한다.
● 월별 프로그램 : 5월(봄 따라잡기-자연빛 손수건), 6월(곤충은 내 친구-멋쟁이 사슴벌레 표본 만들기), 7~8월(또 다른 물속세상-홀치기 천연염색 두건 만들기), 9월(행복한 나무와 함께하는 영장산의 가을-가을열매 화석), 10월 숲속의 보물-숲의 부산물로 만드는 가족시계), 11월(숲속세상과 함께하는 겨울맞이-자연물로 만드는 가족트리)
Mini Interview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 윤수진 사무국장, 윤수정 생태 해설가
“자연이 좋아 자연을 벗 삼은 열혈자매 생태 활동가”
윤수진(사진 왼쪽) 사무국장은 1999년에 창설된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 초창기 멤버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 공부하는 것이 좋아 환경단체에서 꾸준히 일해 온 활동가이다.
“환경단체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안성에 살고 있던 언니를 꼬드겨서 같이 공부했죠. 결국 언니가 성남으로 이사와 본격적으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해설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언니를 열심히 부려먹고 있습니다. 하하하~”
자연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윤수정 해설가. 숲 체험 내내 작은 꽃 하나, 풀 한포기, 흙 한 줌에 보내는 윤 해설가의 애정 어린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요. 그런데 일상 속에 묻혀 사는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죠. 저는 그런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죠.”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에서는 지난해 청계산 생태기행을 진행했었지만 참가율이 낮아 고생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착안한 것이 도심 속 자연생태 기행이다. 언제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율동공원에서 경험하는 숲 체험. “저희 예상대로 율동공원 생태체험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참가하신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고요. 이렇게 한 걸음씩 자연에 다가가면 자연이 우리에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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