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정말로 술을 끊고자 한다면 이는 남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변화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를 이루어야 할 궁극적인 책임은 바로 자신에게 있고, 그리고 이는 인생의 다른 모든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에 자신의 삶을 정돈하여 정말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술과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인생에서의 모든 다른 문제들에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도와주려는 사람은 그 사람이 매사에 스스로 책임을 지게끔 처신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주에 대해서는 그 결과가 어떠하든 칭찬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금기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유로도 음주를 양해하여서도 안 된다.
술을 마시고 토하거나 소변을 보았더라도 치우고 씻기지 말라. 숙취로 아프다고 약을 챙겨주지 말라. 해장국을 끓이지 말라. 회사에 늦거나 못 나간 것을 그 사람을 대신하여 상사에게 전화하지 말라. 파출소에 입건된 것을 최대한 빨리 빼내려고 아는 사람을 찾아보고 분주하게 설치지 말라. 술값 외상을 대신 갚아주지 말라. 아무리 협박을 하더라도 술을 사오는 심부름을 하지 말라.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돈을 더 주지 말라. 그 밖에 술 때문에 처리 못한 것들을 대신 해결해주거나 변명해 주지 말라.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것에도 이런 식의 전략으로 대응하면 언젠가 자신에게 음주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바뀔 수 있다. 이 시기가 되어야 도와주려는 사람의 말이 귀에 접수가 되고 수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조언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가 아직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아 경청하고 수용할 태세가 되지 않았는데 조언을 하면, 귀가 안 들리는 사람에게 말한 것보다도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즉 자신의 문제를 더 완강하게 부정할 뿐이다.
인간이란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결(自決)의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대신 결정할 수 없다. 즉 자기 스스로가 결론에 도달했다고 믿어야만 행동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병원을 찾기 전까지 가족들이 흔히 저지르는 근본적인 실책은 바로 이 점을 모르는 데에서 기인한다. 스스로 결정할 일을 강요하지 말고 채근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도록 좀 내려놓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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