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엠의원
고우석 원장
고등학교 교과서 중에 화법(대화방법)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황희 정승의 이야기가 좋은 화법의 예로 나오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이웃남자가 부인이 출산을 할 것 같은데 제사를 지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황희 정승은 제사를 지내라고 답을 한다. 그런데 다른 이웃의 자기 집 개가 출산을 했는데 제사를 지내면 안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지내면 안 된다고 답했다.
교과서는 황희 정승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상호 교섭 작용으로서의 화법’이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의도에 따라서 다른 말을 하여도 문제가 되지 않고 이 교과서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여기서 의사로써의 고민이 시작된다. 환자가 질문을 한다. “부작용은 별로 없죠” 또 다른 환자가 같은 내용의 질문을 한다. “부작용이 있겠죠” 같은 의사가 두 가지 답을 한다. 전자의 질문에는 “네, 별로 없습니다.” 다른 질문에는 “네, 이런저런 부직용이 있습니다.” 황희정승이었다면 이 의사는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가 일반 생활이 아니고 과학을 근간으로 정확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때나 교과서, 논문 또는 다른 의사의 강의와 실습을 통하여 의료를 배울 때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한가지로 통일 되어 있고 단지 의사가 지식의 수준에 따라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만 있다. 그리고 의대 시험에는 부작용이 별로 없나요? 라는 질문의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부작용을 쓰세요” 정도의 문제가 나오게 된다.
환자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황희 정승의 예에서 나오는 것처럼 원하는 답이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의사가 답을 황희 정승 식으로 같은 내용의 질문에 전혀 다른 뉘앙스의 답을 일반인들의 대화처럼 하는 것이 환자의 기분을 맞춰주는 좋은 일이기 때문에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모든 의사와 병원이 환자의 질문 의도와 상관없이 의학적인 진실과 사실을 설명하여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결국 환자가 원하는 내용의 설명을 하지 않아도 병원이나 의사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우리 의사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원하는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고 그 의사를 무시하거나 실력을 의심하는 환자까지 줄어든다면 금상첨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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