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과음의 문제가 있을 때 대개는 걱정이 앞서 어떻게든 술을 끊게 하려고 여러 가지 거드는 말을 한다. 대부분 “당장 술을 끊어요.”, “술을 끊지 않으면 곧 죽어!”, “왜 그렇게 의지가 약해요?”라고 격하게 말한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여도 전혀 영향력이 없어 결국에는 말하는 사람이 먼저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극단으로 흘러 파국이 오는 수가 있다.
부정이란 술이든 약물이든 중독 현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알코올 의존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현저하다. 무엇보다도 이 부정이 단주를 위한 치료의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알코올 의존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말로써 그의 음주를 통제하려는 것은 쓸데없는 노력이다. 이는 현재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닐지라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묵살이나 어긋나는 행동거지로 분노, 짜증, 실망,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만 촉발될 뿐이다. 때로는 격렬하게 흥분하여 폭력을 휘두르거나 공격하는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필요하면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 이 때 자기 일을 다른 누가 먼저 결정을 내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시나 명령이라면 싫은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그래서 단주의 동기가 전혀 없는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그와 조금은 떨어지는 것이다. 너무 걱정이 앞서 밀착하여 그를 보호하려고 하면 할수록 거부감만 높일 뿐이다. 그가 스스로 도움을 찾아 단주할 확률은 본인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높다.
이 시점에서 그를 의식하여 무얼 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건강한 방법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그와 거리를 두는 방법이 된다.
이는 그에게 행동을 변화하라고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가 음주를 계속하든 안 하든 그것은 그의 몫으로 남기고, 오로지 자신만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 이외에 행동으로도 나의 생각과 마음과 의도를 나타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주어(主語)가 ‘내가’ 또는 ‘나는’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말만 하기로 한다. 결코 ‘당신은’이나 ‘네가’ 라는 말로 시작하는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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