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도창초등학교의 ‘혁신학교 150일간의 기록’
혁신학교로 공교육의 희망을 그리다
학력신장·인성교육·재능계발 위한 특별 프로그램 다양하게 운영
수준별 이동 수업으로 진행되는 원어민 영어수업
지난 5월 11일 오후 2시30분. 도창초등학교 아이들의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 보통 학원이나 집으로 갈 시간이지만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실을 이동했다. 전교생이 참가하는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6학년은 원어민과 함께 하는 영어수업이 있는 날이다. 잠시 상급반 아이들의 수업 현장을 들여다봤다. 16명으로 구성된 아이들은 니콜라 그린힐(Nicola Greenhill) 강사의 지도에 따라 3명씩 팀을 이뤄 영어 상황극을 펼치고 있었다. 교실 뒤편에는 담임 교사가 보조교사로 자리해 있다. 즉석에서 영어 대본이 만들어지고 소품이 등장하고…. 준비가 끝난 팀들이 먼저 발표를 하겠다며 아우성이다. 중급반에서 상급반으로 이동해 첫 수업을 듣는다는 김연수 군은 1시간20분이나 진행되는 영어 수업이 너무 짧아 아쉬워했다.
도창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영어수업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주당 2시간씩 진행되는데, 수준별 이동수업이 원칙이다. 학년별로 아이들의 영어 수준에 따라 상급반, 중급반, 기초반으로 구분하고 맞춤식 지도를 하고 있는 것. 박영란 연구부장은 “이동수업은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실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실력을 높여 상향 평준화시키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며 “자신의 영어 수준에 맞게 배우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즐거워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의 시작은 학급 인원 축소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공략이었던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개혁의 일환이다. 교장에게 교사 인사권과 교과편성의 자율권을 일부 보장하고, 학생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한 학년 6학급 안팎, 한 학급 25명 이하의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총 33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으며, 각 학교에는 1억원 안팎의 재정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도창초등학교는 18∼25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16학급을 편성해 운영중이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한 반의 인원이 35∼40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도 ‘혁신’으로 느껴진다. 한 반의 학생수가 적으니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수업의 집중도가 높고 학생 관리도 보다 철저하다. 여기에 교사들이 학생 교육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처리해주는 보조인력이 지원되니 수업의 질도 높아진다. 보조교사가 들어오는 수업을 받을 때면 과외를 받는 느낌이 든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교사들의 참여로 추진된 혁신학교
도창초등학교는 혁신학교로는 드물게 교장공모제를 추진하지 않은 학교이다. 공모에서 선발된 교장의 ‘혁신학교 추진 계획서’에 따라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 이 학교는 교사가 주축이 돼서 혁신학교 추진 계획안을 만들고 도교육청에 제출하면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그만큼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열정이 크다.
신문혁 교감의 설명이다. “보통의 혁신학교는 공모에서 선발된 교장이 도교육청에 제출한 ‘혁신학교 추진 계획서’에 따라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일선 교사들과 트러블이 있을 때도 있죠. 하지만 저희 학교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자는 생각에 교사들이 의견을 모아 혁신학교 계획안을 내게 된 경우입니다. 당연히 교사들이 매우 적극적입니다.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연수, 워크샵, 다른 학교 방문,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진행할 때가 많았는데 이 때도 모든 교사들이 무척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지난 4월 도창초등학교는 학부모상담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학부모와 1대 1로 상담을 하며 혁신학교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1시간 내외로 끝날 줄 알았던 상담은 시간을 넘기기 일수였다.
학력은 높이고, 소질은 계발하고
현재 도창초등학교에서는 ‘학력신장, 인성예절교육, 소질계발’이라는 목표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되면서 일부 과목에 1·2교시나 3·4교시를 묶어서 연속으로 수업을 하는 ‘블록타임제’가 도입됐다. 또 토요일은 ‘통합 체험학습의 날’로 예절, 문화, 생태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학습을 진행된다.
학력 신장을 위해 실시되는 영어 전학년 수준별 이동수업, 국어와 수학 오름길 학습, 도창 4품제(영어품, 한자품, 독서품, 체력품) 시행, 방학기간 수학 및 영재 캠프 운영 등도 눈에 띈다. 인성 및 예절 교육을 위해 ‘바르미 교육’을 도입했고, 아이들의 소질계발을 위해 난타교실을 포함해서 예체능과 관련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도창초등학교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 아이들의 솜씨를 뽐낼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정형 교장은 “하반기에는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학생 발표회를 열 계획”이라며 “영어 연극이나 난타공연, 소질계발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예체능 교육의 결과물을 모으면 특별한 발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아담한 교정을 빠져나올 때 교실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달려왔다. 사진 한 장 찍어달라며 환한 얼굴로 재잘거린다. 카메라를 들고 “학교 많이 변해서 좋니”라고 물으니 “너무 좋아요. 다 좋아요” 한다.
이춘우 리포터 pho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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