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제대로 하자면 솔직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단주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수가 흔하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그렇게 많이 해왔다고?” 하면서. ‘솔직하라’ 는 말의 진정한 뜻은 거짓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되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주를 제대로 하자면 살아가는 동안 매사에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에서는 과거로부터 현실보다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상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이를 추구하였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교육하고 주입시킨 결과, 모두가 맹목적으로 지나치게 이상적인 관념에 매여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결과로 어떤 상황을 접할 때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적인 관념을 우선해 버리는 수가 많았다.
도리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리를 다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 스스로와 상대방이 가장 높은 수준의 도리에 맞게 행동하기를 맹목적으로 기대하고 요구한다. 본디 누구나 도리대로 살아가면 처음부터 그러한 강조가 있었을 리 없다. 또 누구나 도리대로 살아가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을 먼저 설정해놓고 스스로 괴로워하고, 상대 또한 고통스럽게 된다.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을 이기적인 동기와의 야합으로 나쁘게 해석하므로, 가장 현실적이라야 할 정치 현장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얻는 경우가 드물다. 서로가 가장 극단적으로 이상화시킨 목표만을 고집하는 동안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파괴적인 후유증만 남는다. 이런 경향은 특히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자주 발견된다.
‘현실적으로 되라’는 말은 이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가능한 것만을 보라는 뜻이다.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실패할 것이 빤한 것에 목표를 두지 말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되면 무엇을 해도 부담이 덜 느껴지므로 실수할 일이 적어진다. 그마저도 힘들다면 기꺼이 그만 두어도 부끄럽지 않다. 무엇보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어지고 당연히 재발할 일이 적어진다.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찾아야지,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가장 이상적인 목표만을 추구할 일이 아니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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