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몸 불편한 친구 돕는 건 당연한 일이죠”

느리울중학교 2학년 이은성양&김정윤양

지역내일 2010-05-05
 

 




 




장애인의 달인 4월이면  장애인과 친구와 비장애인 친구의 우정을 다룬 내용인 ‘가방들어주는 아이’라는 책이 유독 생각이 난다. 그 책 속의 이야기처럼 장애를 가진 친구와 비장애인 친구가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학생들이 있어 느리울중학교를 찾았다.


느리울중학교 특수교육반에서 만난 이은성양과 김정윤양. 수업을 받고 있는 정윤이 옆에서 은성이는 무언가 챙겨주며 밝은 웃음을 짓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친구가 아닌 언니와 동생의 모습이다. 뇌병변지체 2급인 정윤이가 신체적으로나 이야기 하는 모습 등이 또래에 비해 상당히 어려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학생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모두가 인정하는 단짝 친구다. 굳이 누군가에게 단짝이라는 말을 듣지 않더라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까르르”웃는 모습만 보더라도 금방 단짝친구임이 느껴진다.


은성이가 정윤이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4학년 무렵. 그 당시에도 정윤이의 학교생활도우미였지만 지금처럼 단짝은 아니었다.


“중학교 올라와서 정윤이를 다시 만났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선생님께서 몸이 불편한 정윤이의 학교생활을 도와줄 도우미를 찾으시길래 제가 먼저 손을 들고 도우미를 자처했어요. 친구 정윤이를 위해 정말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은성이는 정윤이가 학교 내 점심식사나 화장실, 시청각실 등 어디론가 이동을 할 때 늘 함께 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그 일을 해낸다. 또 은성이는 정윤이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속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면서 은성이는 지속적으로 정윤이와 함께 지내고 싶어 같은 반이 되길 스스로 희망했다. 은성이가 정윤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은 인터뷰를 하는 도중 5월 달에 있을 수학여행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충분히 읽을 수 읽었다.


“수학여행을 지리산으로 간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산으로 가면 돌이 많을 텐데 휠체어를 잘 밀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마음을 느껴서일까 정윤이는 집에서 엄마와 은성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내친구 은성이는...’으로 말을 시작하며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고.   


정윤이의 엄마인 배영옥씨는 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은성이는 정윤이를 그저 도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진정한 친구로 대한다. 서로 소통이 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정윤이에겐 은성인 크나큰 선물인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또한 특수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박신미 교사는 “은성이는 마음이 순수할뿐아니라 나누기를 좋아하고 정윤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쁘다. 또한 인사를 잘해 칭찬의 말을 하면 ‘당연한 일에 왜 칭찬을 하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볼 정도로 예의가 바르다”고 말했다. 


은성이의 장래 희망을 물으니 유치원 교사란다. 어린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이쁘고 돌보는 일 또한 재미있어서 유치원 교사가 꼭 하고 싶다고.


항상 남을 배려하며 예의 바르다는 칭찬을 듣고 종이접기와 바느질 등을 좋아하는 은성이에게 유치원 교사는 몸에 딱 들어맞는 맞춤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성이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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