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대해 잘 아시나요? 내 배 아파 낳고 내가 정성 들여 키운 자식인데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다, 내 자식의 속마음이나 행동은 내가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모, 얼마 안 될 겁니다.
어느 날 선생님한테 내 아이가 내가 생각한 그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실 건가요? 밖에서 단정치 못한 행동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시겠습니까?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처럼 크면 클수록 모를 것이 자식입니다. 사랑하는 내 자녀에 대해 더 이해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같이 고민해보실까요?
엄마가 생각하는 내 아이
“우리 애는 착해서 누굴 때릴 줄 몰라요. 맞고 와서 속상하죠.” “워낙 준비성 많은 애라 알아서 다 해요.” “얌전해서 조용하다는 소리를 듣죠.” 엄마들 모임에서 항상 나오는 자녀들에 대한 평이다. 그 자리에서는 고개 끄덕여도 돌아서면 “아니, 그 엄만 자식을 왜 그렇게 몰라? 지난번에도 친구 때려서 선생님한테 혼났다던데.” “그 집 애 숙제를 잘 안 한다던데….” 뒷담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집과 밖에서 다른 내 아이, 부모와 자식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우리 아이는 배려심이 많아요. 제가 피곤하다고 하면 설거지도 해주고, 동생과 싸우는 일도 거의 없어요. 동생이 대들어도 너그럽게 대하고 많이 양보하죠.
김미정(가명, 39·서울 강북구 수유동)씨
우리 딸은 얌전한 성격이에요. 여성스러워요. 말씨도 곱고 조용조용 말하죠. 그래서 남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여자 친구들과도 활발하게 잘 지내나 봐요. 묵묵히 할 일 다 하니 선생님께 꾸중 듣는 일도 없어요.
유정연(가명, 38·서울 강남구 도곡동)씨
다른 집 애들은 학원 가기 싫다고 화도 내고 한다는데, 우리 애는 그렇지 않아서 고마워요. 요즘 애들 공부할 양이 많아서 신경질적으로 굴고 어긋나기도 한다는데, 우리 애는 부모 말을 잘 들어요. 아직 사춘기도 안 왔나 봐요. 최선희(가명, 41·서울 서초구 방배동)씨
우리 애는 부모 말을 잘 듣는 편이에요. 성격이 무뚝뚝해서 집에서 말수는 별로 없지만, 예의 바르고 인사성도 좋아서 칭찬을 많이 듣죠. 저랑 살갑게 이야기해주면 좋으련만. 사춘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싶어요.
이은정(가명, 42·서울 동작구 사당동)씨
우리 애는 무난해요. 남자 아이인데 운동을 안 좋아해서 흠이긴 하지만, 대신 책 읽기를 좋아해요. 부산스럽지 않고 적당히 말도 하고. 친구들과 싸워서 말썽 부리는 일도 없어요. 게임도 안 하고 학교 끝나면 곧장 집에 와요. 그래도 친구는 많아요.
박세라(가명, 41·서울 서초구 방배동)씨
엄마는 모르는 아이 마음
엄마가 건강이 안 좋아서 쓰러지신 적이 있어요. 그때 무서웠어요. 그래서 엄마가 피곤해 보이면 엄마를 도와요. 동생은 너무 미워요. 싸우면 엄마가 저한테 뭐라 하니까 참아주는 건데… 없었으면 싶을 때도 많아요.
김진석(가명, 초4·김미정씨 아들)
친구들과 잘 놀고 싶은데 애들이 내 말을 잘 안 들어줘요. 애들 앞에서 말을 잘 못 하겠어요. 내 짝은 내 목소리가 작아서 뭐라는지 모르겠대요
난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심심해요. 선생님은 큰 소리로 말하라고 하는데 부끄러워서…. 화내니까 무서워서 목소리가 더 안 나와요.
박미나(가명, 초2·유정연씨 딸)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고 엄마도 일을 하세요. 입버릇처럼 내가 공부만 잘하면 엄만 힘들지 않다고 하는데 너무 부담스러워요. 학원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그 말 하면 화부터 내시니까 이제 말은 안 해요. 근데 숙제를 안 할 때도 많아요. 그냥 학원만 다녀요.
이진철(가명, 중2·최선희씨 아들)
엄마는 소리를 잘 질러요. 좋게 할 얘기도 무작정 소리 지르면서 말하니까 듣기가 싫어요. 그래서 꾸중하기 전에 ‘네’ 그래요. 전 원래 말이 많은 편이에요. 친구들은 저보고 재미있다고 해요. 근데 엄마랑은 말하기 싫어요. 자꾸 캐묻고 잘못했다고 하시니까 편하지 않아요.
임수현(가명, 초6·이은정씨 딸)
친구들은 게임하고 PC방도 가는데, 엄마는 게임이 나쁘다고 절대 안 된대요. 아빠는 엄마가 안 된다니까 게임기를 사줄 수 없대요. 게임을 안 하니까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해서 학교 끝나면 혼자 집에 와요. 몇 번 졸랐다 혼만 났어요. 친구들한테 왕따 당하는 것 같고 정말 짜증나요.
이정우(가명, 초5·박세라 씨 아들)
유병아 리포터 bayou84@naver.com
일러스트 홍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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