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자락 그녀의 아파트 식탁에서 마주한 안수정(42)씨는 솔직하고 유쾌했다.
10년 넘게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왔던 안수정씨가 ‘행구수변공원 내 놀이시설 설치반대 대책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목에 걸게 된 연유는 무얼까?
“들어오면 안 될 시설이 들어서는 데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했고, 엄마들의 이름으로 시청 민원상담 게시판에 항의 글을 게재한 게 처음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된 반대운동은 서명운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원주시청으로부터 원안대로 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일에 힘이 부치기도 하고 ‘시장님 하시는 일에 왜 반대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없이 서명용지를 들고 다니며 서명을 받아준 어르신들로부터 누구보다 큰 힘을 얻었단다.
다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안수정씨가 그간의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컸다.
“저도 이번 일에 나서기 전까지는 우리 아파트 일이나 동네일에 무관심했어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놀이시설 설치 반대운동을 하면서 “내 고장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발랄하고 꾸밈없는 그녀와 박장대소하고 나서는 길에 문득, ‘삶의 질을 내 손으로 결정했던 특별한 경험’이 안수정씨의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 궁금해졌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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