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에 담은 달콤쌉쌀한 인생의 향기
봄꽃이 화창한 4월의 첫째 금요일, 분당 AK플라자 문화센터의 강의실 한편에는 자신이 써온 수필을 낭랑한 목소리로 읊고 있는 사람이 있다. 곧이어 글을 읽은 느낌과 감회를 자유롭게 주고 받는 사람들. 서로의 글과 삶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토론에 열중이다.
13년, 그동안 모아온 문집만으로도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시간동안 일상의 작은 소재부터 우주의 근원적 질문까지 모두 글이라는 창구를 통해 풀어내왔다.
수필공부가 곧 인생 공부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서현문학회’ 회원들을 만나보았다.
“결혼 후에도 일기를 계속 써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나를 찾고 싶다는 자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수필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일기를 써왔던 게 기본이 되어서인지 글쓰기가 그리 낯설지 않았다는 이화용(56)씨의 시작 동기다. 최고령 회원인 정절자(70)씨의 동기도 비슷하다.
“나이가 드니 수필이 곧 자기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부족한대로 작품을 남기면 손주들이 ‘할머니가 이렇게 살아왔구나’를 알게 되잖아요. 그러니 이보다 좋은 유산은 없지요.”
국문학 전공 이후 소설을 써오다 10년 전 수필쓰기로 전향한 동호 회장 윤상근(63)씨는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생각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고 전한다.
글쓰기는 자기를 돌아보는 행복한 과정
문학소녀로 출발, 초로의 할머니가 될 때까지 글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터. 그러나 서현문학회 회원들은 글쓰기가 자신을 되돌아볼 성찰의 시간이라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식들 크고 빈 둥지 증후 군처럼 외롭고 우울했는데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부터 시간이 그렇게 잘 갈 수 없어요. 어쩔 땐 2~3시간에 한편씩 술술 나오기도 하고요. 수필쓰기가 외로움을 없애주는 친구와 같죠” 남정우(62)씨를 비롯해 회원들 모두는 수필예찬을 펴는데 인색하지 않다.
“예사롭게 보던 것들을 조금 더 감성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지나치던 일들도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훈련들이 되지요” 윤상근 회장의 설명이다.
그런가하면 ‘나이 들어 골치 아픈 취미를 뭐 하러 하느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는 회원들.
“노래하고 춤추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날려버릴 취미도 많은데 왜 하필 스트레스 받으며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지인들도 많아요. 그래도 저는 이 수필쓰기 과정을 통해 ‘진짜 나’를 찾을때가 많아요.” (정절자 )
“노래와 춤은 순간적인 즐거움에 스트레스를 잠시 잊는 차원이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과정이다”는 이화용씨의 말에는 모두를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법정스님이 하신 어록들이 회자되고 있잖아요. 젊어서는 나도 그 분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50대가 넘으니 세상의 때가 묻어 두려워요. 그분의 행적에 차마 근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잘 늙기가 바로 노후 준비에요.” (이화용)
요즘처럼 다양한 취미가 늘어나는 시대, 어쩌면 고리타분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취미를 유지하는 이유를 묻자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충분히 매력 있는 취미”라고.
“글을 쓰기 위해 다독과 다상량은 필수예요. 그러니 생각을 많이 하게 돼 치매 예방은 물론 젊게 살게 됩니다. 글쓰기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니 이보다 경제적일 수 없지요.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욕구만 있다면 시니어에게 그야말로 딱 인 취미입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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