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지역동호회 1호 ‘봇들조기축구회’

지역내일 2010-04-05

봇들마을 주민들 이웃사랑에 ‘슛~ 골인!’
 입주민 화합 목적으로 작년 3월 결성 … 주 1회 연습경기에 가족동반 야유회까지


“와! 동우 잘 뛴다. 오늘 완전 날아다니네.”
“자 한 골만 더 넣고 끝내자. 이쪽으로 패스, 패스….”
지난달 21일 오전 분당구 삼평동 송현초등학교 운동장. 곤색 유니폼 차림의 장정 20여명이 봄바람을 가르며 축구경기에 한창이다. 친목을 위한 연습경기지만 프로축구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장면도 보인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첫 골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판교 지역 최초의 조기축구회 1호 봇들조기축구회(회장 홍재동)의 연습경기 현장이다. 선수들의 실력을 안배해 두 팀으로 나눠 경기를 치르다 보니 팀 이름도 따로 없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팀과 입지 않은 팀으로 구분할 뿐이다.

원정경기 통해 팀 결속 다지고 실력도 ‘쑥쑥’
봇들조기축구회는 봇들마을 1~4단지의 이지더원과 풍성 신미주, 휴먼시아 아파트 입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해 3월 결성됐다.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연습경기를 펼친 지 1년째. 신생팀이긴 하지만 외부 클럽에서 시합 신청을 해 올 만큼 인근 축구동호회 사이에선 꽤 이름이 나 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치러지는 원정경기를 통해 회원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히 다져진다.  
조영만(44) 감독은 “축구를 통한 화합과 친목이 모임의 목적”이라며 “축구를 잘하든 못하든 실력에 관계없이 봇들마을 남성 주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 가입조건은 봇들마을 1~4단지 거주자여야 한다는 점 단 한 가지.
“46명의 회원 대부분은 유부남이지만 미혼인 회원도 있어요. 23살의 최연소 회원인 동우 씨부터 52살의 최고령자 이정효 씨에 이르기까지 회원들의 연령대도 다양하죠.”

축구의 끈으로 이어진 이웃간의 화합
다른 조기축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친 플레이나 욕설이 없는 것도 봇들조기축구회만의 장점. 팀의 막내로 공익근무요원인 김동우(23) 씨는 형님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형님들이 다들 점잖고 자상하세요. 친동생 대하듯 축구 뿐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관해서도 조언해주시구요.”
운동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다는 이석천(44) 씨. 지금은 축구에 중독이 되어 ‘축구 마니아’를 자처하고 있다. 
“처음엔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는데, 몸치인 저도 1년간 기초체력과 기술이 늘었다는 걸 체감해요. 운동도 운동이지만, 버스 정류장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서 우리 회원들을 만나면 또 얼마나 반갑다구요.”
축구동호회라고 해서 남자들끼리만 즐기는 모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연습이 끝난 후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휴일 오후를 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해 봄에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동반한 단체 가족야유회도 다녀왔다. 앞으론 봄, 가을 연 2회로 늘릴 계획이란다.
이날 경기가 끝난 시각은 오전 11시. 결과는 조끼팀의 3:2 승리였다.
“진 팀 선수들, 자장면 값 얼른 내세요.”
홍재동 회장이 경기에 진 팀의 선수들에게 돈을 걷는다. 이날 경기엔 모처럼만에 자장면 내기가 걸려 있었던 것. 돈을 내는 진 팀 선수도 공짜 자장면을 먹게 된 이긴 팀 선수도 모두 흡족한 표정이다. 기분 좋게 흘린 땀 뒤에 맛보는 이른 점심, 자장면 맛은 말 그대로 꿀맛이리라.  http://cafe.naver.com/botdeul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Mini Interview  봇들조기축구회 홍재동 회장
누가 뭐래도 회원 화합이 최우선이죠

“평범한 가장들이 모여 경기를 치르다 보니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죠. 잔디구장이 아닌 흙 운동장이기 때문에 넘어졌을 때 부상을 크게 당할 수 있거든요.”
홍재동(49) 회장은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연습 전 보호장비 착용은 필수라고 말한다. 보호장비를 챙겨오지 않은 회원은 아예 그라운드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할 만큼 철저히 챙긴다.
팀의 단합과 결속 역시 어찌나 끈끈한지 ‘회원 중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전체 회의를 통해 70% 이상의 결의로 탈퇴시킬 수 있다’는 회칙 조항이 무색할 정도다. 
“아직까지 제명된 회원은 한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누가 뭐래도 회원 화합이 최우선입니다. 다들 성실한 분들이라 앞으로도 강제 탈퇴 회원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홍 회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봇들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한다”면서 “관심있는 분들은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송현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오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단, 해가 길어져 조만간 연습시간을 30분 앞당길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홍정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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