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생명보듬이, 어떤 일을 하나요?
이원영(80)-분당에 있는 경로당과 복지관의 이용자 접수를 받아 기본적인 우울증 검사를 실시합니다. 점수가 높게 나와 위험 순위에 있다면 개별적으로 만나 상담도 하고 얘기도 들어주며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죠. 저희가 상담을 진행하다가 조금 심각한 수준이거나 능력에 한계가 오면 전문 상담가에게 의뢰하고 연결시켜 줍니다. 나머진 대부분 홍보활동이나 교육, 내담자(상담을 원하는 사람)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상준(80)-우리처럼 봉사활동 기회를 많이 주면 자살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해요. 100년 전보다 잘 살기는 하지만 상대적인 빈곤, 역할 부재 등 노인들을 괴롭히는 게 많잖아요. 자꾸 침체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심해지는 거죠.
강종식(65)-가정에 칩거하신 분들이 밖으로 나오는 게 필요한데 정작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나오려 하지 않죠. 그래서 내담자 발굴이 중요합니다. 노인정에 나오시는 분들은 비교적 활동적인 분들입니다. 우울증 확률도 낮은 편이고요.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은지?
강종식-활동가들이 건강한 정신을 가져야 상담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교육도 많이 받고 세미나도 많이 합니다.
김병기(75)-서로 간에 대화도 많이 하고 교육받고 활동하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있다 생각하면 보람되죠. 일단 마음이 편해야 등산도 잘되는 것처럼 본인 마음이 편해야 상담도 잘 됩니다.
전태규(68)-주 단위로 사례별 학습을 하고 있어요. 상담을 하면서 느낀 소감과 마음자세, 테크닉 등 많은 시간은 공부하는데 할애하고 있죠.
이상준-아름다운 마무리는 정말 중요합니다. 정년 퇴직하고 30년은 더 살아야 되는데 죽음에 대해 심도 있게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준비 해야죠. 자살은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상준-가고 난 뒤 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안락사나 사전의료 지시서 등 미리 준비하고 남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죠.
강종식-‘고종명’(考終命) 이라는 말이 있어요. 오복 중의 하나로 자기 명대로 다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걸 말하죠. 돌아갈 때 떳떳한 사람으로 ‘내 소임을 다했구나’로 끝마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원영-사실 노인이 건강하려면 뭔가 일거리가 필요한데 봉사를 하려해도 능력이 안돼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노후 대책이라는 말도 근래에 나온 말이죠. 우리세대는 그런 말조차 없었어요. 당연히 자식들이 봉양해 주는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경로당에 나올 형편 안되는 80~90대 할머니들도 정정 하신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자꾸 움직여야 합니다.
이상준-미국에서도 금요일 오후가 되면 자식들이 부모들 찾아와 저녁을 같이 먹는 문화가 많습니다. 대부분 1주일에 한번은 찾아오고 못 오면 전화라도 하더라고요. 우리는 세대 간의 교류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휴머니즘 차원에서도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고 안부를 묻는다면 노인 우울증이나 자살 문제는 줄어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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