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인터뷰-한국의 도서관장]강영호 법원도서관장

“휴대폰으로 판결정보 검색 가능”

지역내일 2010-03-29
도서관은 국가의 미래이자 국민의 자존심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의 도서관은 지식 저장소로, 아이들의 지식 놀이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이 밝지만은 않다. 국민 1인당 도서관 수는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내일신문은 한국의 도서관장으로부터 도서관 확충과 지식정보 사회를 위한 제언을 연속으로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급심 판결도 선별 공개 … 외국 법령 서비스 체계 구축

일상생활과 밀접한 판례정보를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법원도서관 ‘모바일 서비스’가 시작된다. 일반에 공개되는 대법원 판결이 아닌 하급심의 판결이라도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을 제공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가령 “부친이 결혼한 아들 명의의 아파트 전세금을 줬을 때 전세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의 생활판례도 쉽게 찾을 수 있게된다.
법원의 중앙도서관 격인 대법원도서관 강영호 관장(서울고법 부장판사)은 “대법원 판례가 아니더라도 생활과 밀접한 하급심 판결을 선별, 데이터로 축적해 스마트폰으로 판례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강 관장은 법원도서관의 지위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이라는 벽을 허물고 국민들이 쉽게 법원자료를 찾을 수 있는 아래로 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법원도서관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면 안된다. 법률서비스가 확대되고 국민들의 알권리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판례 세계무대에 소개
대법원도서관이 준비중인 또 하나의 중요사업은 영문판례집을 확대하고, 세계적 법률서비스 사이트인 ‘웨스트로(West Law)’에 한국의 판례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한국의 판결을 세계에 소개해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강 관장은 “여성의 술 강요와 관련된 판결은 대법원 판결이 아니었지만, 중요판결로 뉴욕타임즈에 소개되는 등 국제적 위상을 강화했다”며 “한국 판례의 해외 진출은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도서관은 대법원 판결 중 인권이나 적정절차 등과 같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는 판결이나 국제거래 등 경제활동과 관련있는 판결을 영문으로 번역해 단행본을 출간해왔다. 강 관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다양한 판례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대법원 중문판례집’을 발간했고, 올해부터는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하급심 판결 중 인권과 환경, 국제통상과 관련된 판결도 영문으로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외국어 서비스는 스페인어로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법률용어는 법률가 뿐 아니라 통상·무역을 하는 산업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과 산업교역이 많은 우리나라는 스페인어로 된 법률용어에 취약하다.
“연구관 때 대법관과 함께 브라질 출장을 갔다. 브라질 대법원에서 제공해 준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내내 남아있었고, 스페인어로 된 법률용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법률자료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법원도서관에는 역사적 법률책자도 있다. 구한말 민사판결문 원본 151권과 일제강점기 조선고등법원의 판결록 30권 등을 원본 이미지 그대로 검색할 수 있다.
강 관장은 “법원도서관이 발굴, 수집한 법원 내외의 귀중본과 고서 중 열람가치가 높은 200여 권을 선별해 전자책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고문서와 귀중본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 법률에 관심있는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서관은 판례 정보를 제외하고 50만건 이상의 문헌 정보도 축적하고 있다. 이중 5만건의 디지털 원문 자료를 일반 국민에게 제공한다. 강 관장은 특히 올해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모바일용 홈페이지 구축을 역점사업으로 선정,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법률정보를 전송할 예정이다.
강 관장은 사법고시 22회, 연수원 12기로 대전고법 부장판사와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 2월 대법원 도서관장으로 부임했다. 강 관장은 판결 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들이 국민에게 공개되지 못한 사례를 도서관 서비스에 모두 담아 임기 중 실현할 생각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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