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참교육의 시작
“아이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합니다. 하지만 성적이 행복의 기준이 되면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사회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비율은 정해져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잖아요. 다양한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질 겁니다.”
엄마 품 같은 포근한 인상의 용인교육청 한규숙 교육장은 이렇게 첫 말문을 열었다. 지나치게 경쟁이 과열된 우리 사회는 누구도 행복하기 어려운 구조. 한 교육장은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려는 경쟁보다 구성원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고 방점을 찍는다.
자녀 바라보는 부모 시선 바뀌면 길이 보여
그 역시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며 학부모로써 한 교육장이 깨달은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공부를 꽤 잘한 첫 아이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기쁨도 있었고, 걱정도, 두려움도 있었죠. 다 키워놓고 보니까 그래요. 공부 잘한 아이가 반드시 행복한 삶은 사는 것은 아니더군요. 공부 잘했던 큰 아이는 늘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사는 것을 보면 부모로서 안타까워요. 반면 둘째는 밝고 긍정적이어서 보고 있으면 편하고 행복해져요.”
아이마다 생각도 기질도 능력도 다른데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고 우열을 나누는 오류를 우리 모두가 범하고 있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한 교육장은 말한다. 한 교육장의 이런 생각은 용인 교육의 면면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장점을 찾아내 키워주는 것이 용인교육의 기본 방향. 공부가 즐거운 학생은 공부를, 운동이 즐거운 학생은 운동을,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밀착교육을 하는 등 학생 맞춤프로그램이 어느 지역보다 세분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학교 형태 공존하는 것이 용인의 장점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에는 대규모 학교부터 전교생 6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 대안학교, 분교 등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존재한다. 용인 학교들에 독특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각 학교의 개성과 특성을 살려 활용했기 때문. 대도시처럼 획일화 되지 않은 것을 장점으로 각 학교마다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 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 교육장은 설명한다.
“수지 등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 학생들은 놀토 등을 이용해 관내 작은 시골학교로 견학을 가기도 하고 또 작은 시골학교 학생들은 도시의 대규모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어캠프에 참여하기도 하죠.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겁니다. 군부대 주변에 있는 학교에서는 병영체험을, 골프시설이 있는 학교에 지역 골프스쿨을 만드는 식으로 학교마다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합니다. 소속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 학생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특성화벨트 프로그램이죠.”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좋은 학교 만들어
학교와 학부모가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학생들의 학습능률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 학부모가 학교에 대해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교육장은 강조한다. 학교는 학부모가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행복한 동행’이라는 학부모 지원사업이 있어요. 학부모님들이 학교 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사업이죠. 학생들의 생활지도부터 학습도우미, 자원봉사, 동아리 활동, 평생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 학교는 지역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한 교육장의 생각이다. 지역의 초중고가 내용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며, 지역 대학과 기업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인재를 키워나가는 것은 지역의 사람들의 공통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경기도에서 대학이 가장 많은 자치단체가 용인이에요. 관내 초중고 학생들은 대학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고 지역 대학생들로 부터 정기적으로 멘토와 멘티로 만나기도 합니다. 뿐만아니라 지역 문화시설, 기업들까지도 학교와 결연을 맺고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용인교육 1문 1답
Q수월성교육과 평준화교육의 조화를 위해 용인교육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관내 28개 기관 61학급 1220명이 영재교육을 박고 있는 등 다양한 수월성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학교도 많아요. 이러한 학교들에는 방과 후에 교과 심화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교내 담당교사 및 외부의 우수한 강사를 영입해 질 높은 교육을 학교 안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사교육 의존률이 높아진 현실에서 공교육이 나아가 방향과 역할은?
사교육비가 우리 가계의 경제를 위협할 만큼 심각합니다. 결국 해결은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수월성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기 보다는 학교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다양한 제안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등이 도입된 것을 계기로 공교육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청소년 정서 안정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Wee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지역사회의 긴밀한 협력으로 위기상황에 노출된 학생에 대한 장기 상담프로그램입니다. 지역의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교사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심리치료 및 학교부적응 등을 해소합니다. ‘진단-상담-치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되고 필요에 따라 학부모도 함께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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