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남들은 어떻게 관리하나

시험 기간, 엄마 속은 터지고 아이 속은?

지역내일 2010-04-16 (수정 2010-04-16 오전 10:08:42)

 4월 말, 중간고사 기간이다. 길게는 4주 짧게는 2주 정도 잡는 새 학년 첫시험 준비기간에 집집마다 발등에 불이 났다. 아니, 엄마들 속이 먼저 탄다.
아무리 미리 준비해도 막상 시험기간이 되면 시간이 없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스케줄 잡아 계획대로 실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어디까지나 엄마들의 가장 큰 희망사항일 뿐.
학년이 어릴수록 아이시험이 곧 엄마시험이다. 초등고학년만 되어도 몰라서 못 가르치니 속은 더 탄다. 학교나 학원에서 우리 아이만 집중 관리해 주는 것도 아니고 부모로서 어디까지 도와주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아이 공부시키다 집안싸움 난 이야기, 마음 텅~ 비운 이야기까지 그 사연도 많다. 옥신각신 공부 이야기 속, 아이 시험 제대로 관리시킨 고수엄마들의 노하우는 없나? 울고 웃는 중간고사! 그 속 터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들 시험공부 망치는 잠,잠,잠!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아들을 둔 김 모(49)씨는 요즘 위장병이 생겼다고 한다.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도 자고 집에 와서 책상 앞에서 또 잠만 자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쓰리다 못해 아프다고 한다.
“몰래 책을 뒤져보면 필기도 대충 하고 문제집도 아직 풀지 않았더군요. 다 큰 아들 때려서 공부시킬 수도 없고 잔소리도 이제 먹히지 않아요.”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는 말이 이제야 진짜 실감난다는 김씨. 아들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잠이 문제다. 결국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중간고사 특효약은 식단 개선과 보약. 김씨는 힘들어도 매일 봄나물 무치고 하늘거리는 원피스 하나 사려고 아껴둔 돈으로 아들 보약을 샀다. 이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란다.       



8 더하기 7을 왜 나한테 물어봐?

“엄마, 이런 걸 왜 우리한테 물어 봐?”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문제집을 풀다말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대체 8 더하기 7을 왜 자기한테 물어보냐고.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오늘도 긴 한숨을 쉬는 박 모(36)씨.
“다른 애들은 별 말 안하고 문제집을 풀던데 우리 아들은 자기한테 왜 자꾸 질문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네요. 남자애들은 철이 들어야 공부한다는데 그런 날이 과연 올까요? 과외비 쓸 돈으로 사업 자금이나 모아줘야 하나 봐요.”
박씨는 속이 타서 느는 건 맥주뿐이란다. 




대충 공부하는 습관부터 고쳐야

야무진 다른 집 딸들에 비해 모든 게 건성인 아들을 보면 속에 불이 난다는 서 모(45)씨.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이 아직도 철이 없는 건지 공부 머리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특히 암기과목을 못 해요. 아니 안 하죠. 대충 읽어보고 외웠다 하니 기가 막혀요. 책장 넘기는 것도 귀찮은 표정이에요.”
6학년이 되면서 더 만사에 무기력한 아들. 결국 중간고사를 잘 치면 컴퓨터를 다시 사주기로 약속했단다.
“남은 시험기간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시 세웠어요. 그리고 사기로 한 컴퓨터 사진을 책상 앞에 붙였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당장 의욕은 있어 보인다고 한다. 남편도 늦은 밤까지 도와주기로 했다고 한다. 아이 시험에 온 가족이 시험 치는 기분이란다.     




철이 들면 무섭게 공부하는 남자아이들

남자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 공부한다는 게 맞을까? 김 모(45) 씨 경험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바둑학원을 경영하는 김씨는 얼마 전에 길에서 옛 제자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아이여서 예의상 어느 대학에 갔냐고 물었더니 포스텍이란다. 내심 놀라며 비슷했던 다른 친구 소식을 물었더니 서울대란다. 둘 다 초등학교 때는 평범한 아이였기에 어쩌다 그렇게 공부하게 된 거냐고 물었다.
“중2 때 시험 기간 중에 공부도 잘 안되고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제 인생이 답답해지는 거예요. 이래서 뭘 하겠냐 싶더라고요. 그 때부터 제대로 공부라는 걸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김씨는 “남자애들이 공부할 목표가 생기면 무섭게 집중하니 남자 아이 엄마들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한다.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씨는 강조한다.



“어떤 수”를 몰라 1시간 싸운 모녀

학창시절 공부를 잘 했던 이 모(39)씨는 내심 자신의 아이도 공부를 잘 하리라 은근히 기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아시절 남들이 뭘 시키든 소신껏 실컷 놀렸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의 수학 단원평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틀린 문제를 다시 공부해 오라는 숙제를 하다 결국 눈물까지 흘린 딸. “어떤 수”가 뭐 길래 그걸 이해 못해 1시간 가깝게 씨름을 했다고 한다.
“공부, 저절로 잘 한다는 말 다 거짓말이죠. 결국 푸는 방법을 터득한 딸은 눈물 머금은 눈으로 함박웃음을 웃더군요. 기초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그래서 첫 중간고사를 위해 수학만은 매일 10문제씩 풀고 있다고 한다. 한 문제로 끝까지 싸우는 모녀를 보며 남편은 “잘하는 짓인지 못하는 짓인지···”라고 말하며 난처한 표정이란다.     




시험에서 큰 실수하고 죽고 싶었다는 아들의 말


중3 아들을 둔 정 모(48)씨.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성적이 상위권인 아들 덕분에 주위의 부러움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정씨는 늘 걱정이다.
“잘 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고 아이 스스로도 부담이 많이 됐나 봐요. 아이가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긴장을 잘 해요. 그러다 보니 실수로 꼭 1등에서 밀려났죠. 중학생이 된 뒤로는 청심환을 먹고 시험을 칠 지경이죠.”
그런데 정씨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지난 기말고사에서 답을 한 칸씩 밀려 쓴 아들이 한 말이었다. 엄청난 실수를 알고 죽고 싶은 심정으로 순간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는 아들. 정신을 차려보니 창가에 서 있었다는 아들은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그 뒤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어요. 요즘은 아들이 좀 더 대담해지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이번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아들에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정씨도 불안하기만 하다.   



공부 버릇부터 고쳐야

평소에 끈기가 없는 중2 딸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은 김 모(42)씨는 시험을 앞두고 벌써 머리가 아프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아예 답안지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해요. 조금 풀다가 모르겠다 싶으면 답안지부터 쳐다봐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진작 그런 버릇을 고쳤어야 했는데. 그런 식으로 공부하니까 안다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막상 시험 문제가 나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푼 게 아니니까 틀리기 일쑤거든요.”
암기 과목의 경우도 비슷하다. 교과서를 눈으로 읽어보면 아는 것 같지만 막상 문제를 대하면 알쏭달쏭 헷갈려 틀리기 쉽다. 그래서 이번 시험부터는 아이가 공부를 하고 나서 그 내용을 스스로 요약 정리해서 노트 필기하도록 시키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공부자세 잡아야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이 모(42)씨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딸을 보며 걱정이 태산이다.
“딸이랑 싸우기 싫어 초등학교 때 시험공부를 덜 하고 가도 그냥 두었더니 이제 아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완성도 있게 시험준비하는 습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알겠어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공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씨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딸은 철저하게 시험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공부가 끝나면 엄마가 질문식으로 문제를 내어 부족한 부분을 찾아 준다고 한다.
“요즘은 큰 아이가 엄마랑 공부하는 동생을 은근히 질투까지 해요. 하지만 중학생은 엄마가 도와주고 싶어도 힘이 들죠.”
공부하는 태도는 초등학교에서 꼭 잡아야 한다고 이씨는 거듭 강조한다.



양으로 승부해서는 안 돼요!

저학년 땐 별로 공부에 흥미가 없던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된 김 모(42)씨. 비법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말한다.
“수학도 많이 풀리지 않았죠. 어려운 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 완전히 이해시키고 선생님처럼 엄마에게 설명하게 했어요.”
암기과목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자기만의 엉뚱한 발상을 활용해 외우게 했다고 한다. 처음엔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제 아이가 더 잘 한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도 결국 정확하게 이해하고 외우니 시간이 단축되죠.”
김씨는 지금도 아이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비법을 함께 연구한다고 한다.




김부경·박성진·이수정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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