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학성동의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실. 찻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 사무실이라 차 다니는 소리가 시끄러운데도 창문이 열려져 있다.
김운식(34) 씨는 태어날 때부터 들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는 현재 원주농아인협회에서 저녁반에 초급반 수화 강의를 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대구영화학교를 졸업한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에 처음 수화를 접했다. 그 전에는 구화(입모양을 보고 하는 대화)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했고 더군다나 김 씨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특수학교를 다닌 탓에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막상 사회에 나가 보니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8년 전 대구가톨릭농아인선교회에서 수화교육 중급반을 처음 강의하고 이후 경북농아인협회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일반인도 섞여 있고 때로는 청각 장애인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수화교실. 놀랍게도 수화교육시간에는 김운식 씨 혼자 들어간다. 마치 아이들이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원어민 혼자서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는 것처럼 그도 그렇게 혼자 수업을 한다.
당당하게 그들만의 언어를 가르치는 김운식 씨. 일반인들은 전화 한 통화로 해결 될 일을 직접 찾아가 해결해야 하고 뒤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도 듣지 못하는 그이지만 씩씩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수화를 배우는 데에 3년이 걸린다지만 어쩐지 한번쯤 그들의 언어를 배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문의: 743-3913
이지현 리포터 1052j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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