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씨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불필요하게 목소리가 크다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만 아니다. 여러 가지 두드러지는 점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주어(主語)와 술어(述語)의 사용 방식이다.
이들이 말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흔히 주어인 “내가”라든가 “나는”이라는 표현이 거의 없다. 대신에 자신이 아닌 상대 또는 제 삼자를 주어로서 표현하는 수가 흔하다. 때로는 인간이 아닌 인간 속성의 한 부분이나 또는 인간을 넘어 어떤 조건이나 상황과 같은 요소들 즉 비인칭을 주어로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이는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이유가 있다.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기전이다. 자신을 극히 부정적으로 지각하고 상대적으로 늘 남과 외부를 지나치게 크게 의식하여,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감추려는 동기가 습관화한 것이다.
주어의 이런 혼돈과 더불어 이어지는 술어부의 표현 방식의 문제 또한 대화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흔한 특징은 과격하고 극단적이며, 늘 지나치게 한쪽으로 판단적으로 흘러버리는 경향이 있다. 결론을 먼저 단정해 버리는 수가 많아 대화가 논의적으로 흐르지 않아, 결국 상대의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흔히 독단적이라거나 독선적이라고 느낌을 주게 된다. 나아가 매사를 흑백, 정오(正誤), 선악, 피아(彼我)로 나누는 구분적이고 차별적이고 폐쇄적이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막연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대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만의 고유한 생각과 마음을 알 길이 없다. 결국 그의 말은 결론이 이미 나 있는 알려진 사회적 당위나 도덕률이나 도리와 같은 것들의 강조에 불과하다. 아무리 옳고 정당하다 할지라도 결코 그의 개인적인 입장이나 사적인 마음이 아니므로 그를 이해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재판과 같은 판결의 의미일 뿐!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을 제외하고는 주어를 상대방으로 하여 “당신이 해야 한다” 고 한다면 오히려 더 방어적으로 되어, 왜 그렇게 못하는지 수만 가지 이유와 핑계만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를 나로 하여 “나는 당신이 ???하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적어도 상대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받아들인 수 있을 것이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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