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변호사 법률상담-이혼의 조건
식물인간 아내 7년, 이제 이혼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이혼제도는 ‘유책주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해당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약 3년간 뜨겁게 사랑하고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후 결혼까지 하게 된 김씨와 부인 P씨. 두 사람의 사랑은 하늘마저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은 운명의 이끌림과도 같았다.
결혼 1년 만에 아이를 가지졌으나, 불행히도 P씨가 아이를 낳는 날이 행복한 혼인생활의 마침표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부인 P씨가 아이를 낳던 중 그만 자궁출혈성 쇼크를 일으키고 식물인간의 상태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김씨는 휴직을 한 뒤 7년간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하였으나 P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못했고 결국 김씨는 이제 9살이 된 아이의 친권 문제 등으로 인해 P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P씨를 상대로 한 김씨의 이혼청구는 과연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
솔로몬의 선택☞ 우리나라의 이혼제도는 ‘파탄주의’가 아닌, ‘유책주의’ 입니다. ‘파탄주의’는 상대방에게 어떤 잘못이 없더라도 두 사람의 애정이 식었다는 등 혼인관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경우 설사 본인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이혼법이 취하고 있는 ‘유책주의’는 자신의 잘못은 없는데 상대방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될 수 없는 파탄에 이르렀을 때 잘못이 있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우리 법상 열거한 이혼사유는 부정행위, 본인 및 가족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폭력 등),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부부관계의 장기간 거부 등)를 들고 있습니다. 만약 위 사유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 이혼청구는 받아들여 질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우리나라 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
위 사안에서, 결혼 1년 만에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있는 아내에게 과연, 유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쇼크로 인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결과에 대하여 아내에게 비난 할 사유가 있는 것일까요?
그러나 위와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서울가정법원은 2009드단93582호 이혼소송 사건에서 남편 김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혼 원인이 된다고 본 부분은 7년간 식물인간 상태라면 상대방 배우자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분명,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법제도와 완전히 부합되지는 않고 오리혀 파탄주의 법제도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변화는 위 사건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바, 상대방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남아 있는 배우자에게 혼인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는 ‘파탄주의’로 이혼법제도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자료라는 해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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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태현 변호사 thyune@hanmail.net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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