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직속 상사의 권한이나 권위는 대단합니다. 부하직원들이 회사의 행사나 회식에 참여하지 않고 일찍 집에 가거나 상사가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 상사들은 얼굴을 찌푸리게 됩니다.
물론 회사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사심, 동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가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회사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이에 참석하게 됩니다.
지방 모 금융기관에서 지역의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직원들의 참가를 독려하면서 참가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마라톤 연습을 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런데, 마라톤 연습 도중 한 직원이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도 사망의 원인이긴 하였으나 직접적인 사인은 갑작스런 마라톤 연습으로 인한 기존 질환의 악화였습니다.
회사의 공장에서 일하다 다친 경우, 과로로 사망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일과 관계없이 마라톤이 좋아서 연습을 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회사의 업무에는 마라톤 연습은 없었을 것이고, 회사에서 지역 마라톤 대회의 참가를 적극 유도하였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거절하면 그만이므로 마라톤 연습을 회사 업무의 연속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사망한 사람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에서 결국 유족이 승소하였고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가 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사망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고 회사의 업무 일환으로 마라톤 연습에 참가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부하 직원으로서 직장 상사가 적극 요구하는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하여 마라톤 연습을 한 것은 거역하기 힘든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므로 이는 업무의 연속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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