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혁신적인 학교 원한다
분당 일반고 학교 간 큰 학력차 불안, 반강제 자율학습 불만
자녀의 교육을 위해 찾는다는 분당.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원치고 진출하지 않은 학원이 없을 만큼 분당은 사교육 1번지로 통한다. 분당 지역 중학교마다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70명까지 특목고와 자사고에 진학한다. 이는 강남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교 평준화 이후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육의 도시답게 분당의 학부모들은 입시 및 교육정보에 민감하다. 분당 학부모들이 말하는 분당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특목고 안보내도 초등학교부터 특목고 공부 하더라
분당은 고등학생보다 중학생이 더 많이 공부한다. 이는 특목고 등을 준비하는 상위 10% 학생들의 이야기다. 분당의 초등학생들은 고학년이 되면 대개 특목고를 염두에 둔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중학교에서는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나뉜다. 때문에 고입 선발고사를 거치지 않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부터 특목고를 준비하는 이유는 결국 초등실력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목고를 가지 않더라도 특목고 수준의 공부는 필수가 되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이지영씨는 “서현중 2학년인 우리 아이는 5학년 때부터 외고를 준비시켜 왔다. 덕분에 중학교에서 상위 10%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외고에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공부가 고등학교 내신이나 길게 봐서는 수능에서 바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특히 중학교 2학년부터 사실상 수능을 염두에 둔 공부를 시작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양영중 1학년 학부모인 정미라씨의 이야기. “학교에서 제시한 통계자료를 보니 10%의 학생들은 대부분은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 같다. 중학교 2학년부터의 공부가 대입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과목당 30~40만원씩 하는 교육비와 더불어 주요과목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입시를 위한 프로그램 학교에서 마련해줬으면
평준화가 실시되고 있는데도 일반고 간 학력 격차가 크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긴다. 선지원 후추첨제로 배정받다보니 진학률이 높은 몇몇 학교를 제외한 일반고에 배정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특목고로 향하게 되는 것.
“원하는 학교를 지망하지만 대부분 근거리로 배정받는다. 원치 않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 운이 좋으면 1지망 한 학교에 진학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 그러니 무조건 외고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구미중 1학년 학부모 양미진씨의 말이다.
한편, 고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둔 최선숙씨는 자율학습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자율학습이라고 하지만 전혀 자율적이지 않다. 학생마다 공부성향이 다른데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묶어 놓는 것이 무의미한 것 같다. 학교 측의 유연성이 아쉽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 분당의 슈퍼 학부모를 만나다
내정중-대원외고-카이스트 진학 시킨 고형숙씨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 학교에서 만들어줘야죠”
아들을 내정중학교에서 대원외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진학시킨 고형숙씨. 고씨는 분당 학부모들이 가벼운 정보에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정보가 넘치는 만큼 학부모의 뚜렷한 주관이 가장 중요하다 말한다.
“타 지역에 비해 아이들의 기본 학력이나 교육 여건이 우수한 편이긴 하지만 이에 비해 젊은 학부모들은 입시정책 등 큰 흐름을 읽는 눈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아요. 긴 안목이 부족하다보니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카더라통신’에 휩쓸려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고교선택제와 고교다양화 등 서울에서는 고교에 대한 시각이 다양해졌지만 분당은 여전히 외고 편향이 강한 것에 대해 고씨는 “재작년까지는 외고에 대한 메리트가 확실히 강했지만 현재는 다른 상황”이라며 “용인외고가 자율고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대학에서도 서울권 외고를 우대하는 경향이 강해 경기권외고의 입지는 좁아지고 대신 자율고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고씨는‘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묶어두는 식’의 자율학습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고도 언급했다.
“학교에서 그렇게 오래 묶어두려면 학력차를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논술도 필요에 따라 심화 논술, 수리논술을 한다든지 또는 진로지도나 적성평가 등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현 대입에서는 국영수 실력차 외에 여러 가지 요소를 평가하니 학교에서 이런 부분을 채워준다면 학부모들의 불만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내중-수내고-서울대 경영학과 진학 시킨 박금희씨
“어디서든 아이하기 나름,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최고”
분당으로 이사하게 된 것은 아이의 교육 때문이었다는 박금희씨. 딸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시켰으니 목적을 이룬 셈이다. 박 씨는 수내중에서 전교 1등인 딸을 특목고가 아닌 집 근처에 있는 수내고에 보냈다.
“상위권 아이들 대부분 특목고에 진학했지만 일반고에 보낸 건 어디서든 잘할 수 있는 아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또 일반고에 3배 가까이 드는 학비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었죠.”
평준화가 진행될수록 학교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박씨는 강조한다.
“우리 아이가 진학할 때만 해도 수내고는 다들 기피하는 학교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대부분 공립인 분당 일반고는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봐요. 서현고나 낙생고에서 진학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수한 아이들이 진학하기 때문 아닐까요?”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가장 좋은 학교라고 박씨는 믿는다.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야한다면 그 만큼 시간과 체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기 때문. 아이의 점심 도시락부터 간식까지 꼼꼼히 챙길 수 있었던 것도 학교가 집 앞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분당에서 교육시키려면 사교육비 많이 든다고 하는데 중학교시기에 독서 등을 통해 기본기를 다져놓는다면 사교육비를 많이 줄일 수 있어요.굳이 유명하다는 대형학원이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 혹은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적절히 시키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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