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법<남녀고용평등법> 새 성차별에 무기력

성별 직무분리, 여성 비정규화, 여성 집중직종 외주화 무방비

지역내일 2010-04-05 (수정 2010-04-06 오전 7:43:59)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23년째를 맞고 있으나 최근 새로 등장한 노동시장 성차별 문제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한국고용정보원 권혜자 부연구위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연구위원이 노동부 주최 ‘고용평등정책세미나’에 제출한 ‘남녀고용평등법 20년, 여성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성별 직무분리, 여성의 비정규화, 여성 집중직종의 외주화 등의 간접차별 문제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이 법이 지난 20년간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누그러뜨리고 의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인력 모집과 채용, 교육 배치와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 직업훈련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면서 누적된 성 평등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이 법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최근 신인사제도와 직군분리제도, 비정규직 채용과 외주화 등에 대해선 실질적인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임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이나 저임금 근로자로 남아야 하는 여성의 비정규직의 확대, 성별 직업분리 현상도 무방비 상태다.
특히 여성노동관련 법・제도가 노동시장에 이미 들어온 임금근로자에 대해서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일부 정규직 여성들만 법을 활용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문제점으로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문제가 기대만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1982년 43.4%에서 2005년 처음 50%를 넘어섰으나 이후 2009년 49.2%에서 머물고 있다. 이는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73.1%에 비해 22.9%p 격차다.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남성에 비해 22.8%p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확대추세는 1990년 이후 본격화 됐다. 1년 이상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여성 상용직 비율은 1989년 38%였다가 1995년 42.8%로 높았으나, 1998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상용직의 비율은 31.1%까지 감소하는 한편, 임시고와 일용고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혜자 부연구위원은 “여성 비정규직 확대는 1995년부터 나타난 현상이어서 경제위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1990년초 노조 활성화로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비정규직 채용을 확산시켰고, 금융업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과 여행원 제도 폐지로 비정규직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여성 상용직 비율은 43.9%로 다시 늘었다.
남녀간 임금격차는 심각하다. 상대적 고임금 근로자는 남성에, 상대적 저임금 근로자는 여성에 집중돼 있다. 2008년 현재 고임금 근로자 비율은 남성의 41.3%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14.9%에 불과하다. 또한 저임금 비율은 남성의 18.3%지만, 여성의 37.6%다. 상대적 저임금은 유럽연합 기준에 따라 전체 임금근로자 중위임금의 3분의2 미만이고, 상대적 고임금은 3분의2 이상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법에서 정한 남녀간 임금 평등은 현실에서 꿈같은 얘기”라며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보면 의미 없는 법 조항에 가깝다”고 말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근로감독관의 차별 관련 전문성 확보 △1999년 법 개정 변화를 반영한 업무 처리지침 개정 △우수기업 인센티브 확대 △차별사건 조정전치주의 도입 등을 제시했다.
한편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1~7일)’을 맞아 이날 오후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노동연구원 김혜원 연구위원이 ‘출산과 결혼을 전후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고용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선임연구위원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평가를 통해 시행계획서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및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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