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빈 라덴 인도 거부·전투준비 돌입

지역내일 2001-09-14
빈 라덴 새로운 은신처로 이동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오사마 빈 라덴을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지목, 보복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라덴의 은신처를 제공해 온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시도부를 피신시키고 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사실상 전시상태로 들어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WP는 아슬라마바드의 정보통을 인용,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가 이미 남부 칸다하르 사령부를 떠나 모처로 피신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비해 박격포와 전투기, 기타 중화기의 재배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는 이날 아프간 칸다하르의 집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빈 라덴은 이번 미국에서의 대규모 테러사건에 관련이 없다”면서 미국은 “빈 라덴 비난에 앞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보복전쟁 위협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의 신병인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오마르는 “이번 일련의 테러들이 상호 정교하고 복잡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 자체가 빈 라덴이 연루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이번 테러는 훈련된 조종사만이 수행할 수 있으며 빈 라덴 휘하에는 어떤 조종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와클리 아흐메드 무타와켈 아프간 외무장관도 이번 공격과 관련해 “빈 라덴의 연루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들의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첩보기관들은 미 국민과 의회에 책임이 있어 뭔가 말해야만 하는 처지에 있어 자신들의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려 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아프간에 대한 군사공격을 서두르지 말라고 호소했다.
한편 미 정부로보터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부 청사 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공식적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에서 이 사건이 일어난지 몇 분 뒤에 신속하게 새로운 은신처로 이동했다고 13일 파키스탄 정보기관 소식통들이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들은 “빈 라덴이 새 은신처로 이동하며 자신의 행선지나 그 동안 머물렀던 곳, 테러행위의 발생 시점 등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빈 라덴은 케냐 주재 미 대사관 폭탄테러로 미국이 아프간 동부에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98년 8월 이후 종적을 감췄다가 지난 2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시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대중 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98년 미 대사관 테러이후 배후조종자로 지목한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특수요원을 동원한 검거작전을 폈지만 현지인 10여명이 숨졌을 뿐 빈 라덴은 은신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 미국 수사당국은 파키스탄측에 빈 라덴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체포작전에 파키스탄이 군사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파키스탄측은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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