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학원교습시간 오후 10시 이후 제한’ 논란 일어

갈길 못 찾는 공교육과 사교육, 화합의 길 찾아야

지역내일 2010-04-02

 강원도의 ‘학원교습시간 오후 10시 이후 제한’ 조례 개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시간으로 학원 교습시간을 변경하려면 시·도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의 의결을 거쳐 교육감이 공포하여야 한다. 강원도의 경우 아직 도교육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개정이 공교육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 될지 후퇴가 될지 입시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사교육비 경감효과, 새로운 사교육 불러


(사)한국학원총연합회 강원도지부 권영식 회장은 “현행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는 서울시 조례는 1991년부터 약 20여 년간 시행해온 조항이다. 그 결과 고액의 사교육 열풍만 낳았다. 오히려 음성화된 고액 과외의 양산과 이로 인한 소득 계층 간 교육 기회의 양극화만 초례했다”고 한다.


GTB ‘열린광장’ 3월 21일 방송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원 교습 시간 제한과 관련해 강원도교육청, 학원연합회, 학계, 학부모 대표가 모여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안범희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사교육이 심각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선진화되지 않았으면서 사교육비만 줄이라는 것은 방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라고 했다.


부모들의 입장도 양쪽으로 나뉜다. 이 모(44·무실동)씨는 “밤 10시에 자율학습이 끝나 집에 오면 11시다. 만약 10시로 제한한다면 학원 갈 시간이 없어 고액 과외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액 과외를 시킬 형편도 되지 않으니 교육의 양극화만 생기는 것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다 같이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오히려 공교육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평등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김창록 강원도 교육청 평생교육 과장은 “EBS, 자기주도학습, 방과 후 등 보충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학부모 대표는 “공교육이 선진화되기 전에는 어차피 사교육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 보호가 목적?


권영식 회장은 “만약 밤 10시 이후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이 수면권, 건강권을 해친다면 특정시간 이후에는 모든 형태의 학습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밤 10시 이후 EBS-TV를 보거나, 독서실에서 밤 12시까지 공부하는 것, 고액의 비용을 들여 개인과외를 하는 것, 학교에서 밤 10시~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것은 수면과 건강에 지장이 없고, 유독 학원 수강만 수면권, 건강권을 해친다는 것은 어패가 있다는 것이다.


안 모(52·명륜동)씨는 “아이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오면 오후 11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잠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한다.


 ●대도시와 지방의 교육 현실 달라


대도시에서 강원도처럼 오후 10~11시까지 자율학습을 반강제적으로 실시한다면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반대로 강원도 고등학교가 대도시처럼 학생의 자율의사를 100% 반영하여 오후 5~6시에 학생들을 내보낸다면 이 또한 학부모의 항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송 모(50·단구동)씨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야간자율학습 대신 학원을 가려고 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겨우 허락받았을 때는 교사와 친구들에게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라고 한다.


2009년 10월 29일 헌법재판소의 판결 중 ‘학생들이 원할 경우 야간자율학습 대신 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고, 학원운영자 역시 방과 후부터 제한시간 전까지 교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권영식 회장은 “현재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는 16개 시·도 중 서울 1곳뿐이다. 서울 등 대도시와 지방의 교육 현실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온 판결 내용이 헌법에 보장 된 자치입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만의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범희 교수는 “공교육도 중요하지만 질 높은 사교육의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공교육의 장점과 사교육의 장점을 살려 서로 화합의 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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