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짱-화성양감초등학교

전통과 글로벌의 양 날개로 무한재능을 펼쳐라~

지역내일 2010-04-01 (수정 2010-04-02 오전 12:00:29)

굽이굽이 돌아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화성양감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시간은 방과 후 특기적성이 한참인 때,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이 선생님의 얘기에 쫑긋 귀를 세운다. 양감초등학교의 방과 후 특기적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교생이 참여해 영어․일본어․중국어 수업을 듣는다. 사교육은 없다. 그런데 그 효과가 괄목할만하다. 비결이 궁금해졌다.


영어는 기본, 중국어․일본어 등 제2외국어가 우리만의 경쟁력  
 1․2학년 영어초급반 수업. 10명 내외의 아이들과 원어민 교사가 ‘폭탄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폭탄으로 설정된 공을 차례차례 옆의 친구에게 전달하면 어느 순간 원어민 교사가 폭탄이 터지는 카운트를 센다. 수업은 이렇게 게임이나 체험 위주로 진행된다. 알파벳을 점토로 만들어본다든가 과일들을 가득 차려놓고 맛과 향을 경험하기도 한다. “오감을 활용한 주제 접하기가 1․2학년 외국어 수업과정”이라고 강경미 영어전담선생님이 설명해줬다. 초․중급의 영어수업 외에 선택과정인 중국어 초․중급반, 일본어반이 운영 중이다. 중국어반은 수요가 많아져 두 반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인 선생님을 모셔오기도 했다. 그렇게 1․2학년과 3․4학년의 수업이 끝나갈 무렵 5․6학년 아이들이 정규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 교실로 찾아온다. 학교에서 일본어만 5년 정도 했다는 최승규(초5)군은 “웬만한 대화는 가능하다. 일본에 가서 일본사람과 대화해보고 싶다”며 자신 있게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승규처럼 학교에서 1시간도 더 걸리는 먼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도 양감초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외지에서 학교의 소문을 듣고 전학해온 아이도 있다. 허혜원(초5) 양은 “친구가 알려줘서 이곳에 오게 됐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매일매일 영어환경에의 노출이 중요
 양감초등학교가 방과 후 수업으로 외국어를 선택한 것은 4~5년 전부터다. 지역의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교육소외가 생길 수 있는 환경적인 요건을 극복해보자는 뜻에서였다.   활발한 방과 후 특기적성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9년 화성오산교육청 어학모델학교로 지정되면서 영어 수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업료가 무료라는 것도 큰 메리트. 월화목금으로 영어와 제2외국어 수업이 각각 주당 4시간씩 이뤄지는 것 외에 정규교과영어시간 2시간까지 더해져 총 8시간이 외국어에 할애되고 있다. 1․2학년의 경우는 정규교과영어시간이 없는 대신 재량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영어환경에 많이 노출이 돼서 그런지 외국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없어요. 의욕이나 자신감도 많이 생기는 등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요.” ‘시설보다는 외국어환경조성에 주력했다’는 강경미 선생님의 말처럼 학교 곳곳엔 영어 단어 전광판, 도서실과 보건소 이용법, 학급안내, 신체구조 등에 관한 정보가 3개 국어로 설명, 게시판으로 부착되어 있다. 360개 단어가 수록된 개인별 어휘력 카드로 단계별 인증도 거친다. 아침자습시간에 담임선생님에게 점검을 받는데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단어 맞추기 게임으로 활용할 정도로 재미있어 한다. 제1회 외국어 축제의 날에선 평소 알뜰하게 모은 양감 ‘fun dollar’로 물건도 구입하고 외국어로 나의 꿈 말하기 대회, 외국어 인터뷰 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도 했다. 


방과 후 다채로운 수업과 성과, 농촌학교의 신화 다시 써  
 선생님도 늦깎이 외국어 공부에 한창이다. 원어민 교사에게 주3회 영어와 제2외국어 연수를 받는다. 장소는 교장 선생님 집무실. 어학에 깊은 열정을 가진 이재구 교장 선생님은 “수업과 업무 등 선생님들이 할 일이 많은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런 덕분에 양감초의 수업시간엔 교과별 몰입교육도 간간이 등장하고 있다. 09년 화성오산교육청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6학년 김동욱 군이 동상을 수상한 것은 가장 큰 수확 중의 하나로 꼽힌다. 사교육 경험이 전혀 없던 김 군이 직접 쓴 대본을 선생님과 원어민 교사가 수정해주고 발음교정까지 봐주며 함께 노력한 결과다. 경찰에서 외교관으로 꿈을 바꿀 정도로 동욱이는 뒤늦게 외국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는 이재구 교장 선생님은 “농촌이라도 교육이 살면 아이들이 왜 나가겠느냐”며 반문한다. 지난해 30명이 전입하면서 현재 전교생 106명, 폐원 위기에 처했던 유치원은 20명의 아이들로 꽉 찼다. 아이들의 인성과 재능을 키우는 양감초 만의 남다른 방과 후 국악수업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교생 1인 1악기 국악연주는 물론 전교생이 양감국악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어 내로라하는 대회의 초청공연을 다닌다. 예서 재능이 발견된 아이들 중 5명이 수원대 국악영재학교에 응시, 전원 합격하기도 했다.  
 전통과 글로벌이란 의미심장한 양 날개를 펼치는 양감초등학교는 농촌학교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그 비상이 어디까지일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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