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재수술을 위해 내원한 22세 여성. 2년 전 처음 쌍꺼풀 수술을 받을 때 수면 마취가 안 되었다고 한다. “상담 받을 때 분명 수면마취를 하고 수술을 한다고 했어요. 전 그 말만 믿고 태연하게 수술실 들어갔어요. 링거 주사 맞고 잠들기만 기다리고 있었죠. 근데 갑자기 수술을 시작하는 거예요. 아파서 소리 엄청나게 질렀어요. 이게 마취 중 각성인가요?” 수술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자신은 마취가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걱정과 수술 당시의 두려움에 선뜻 재수술 결심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의식, 감각과 움직임을 모두 없애는 전신마취와는 달리 수면마취는 잠을 자는 정도의 의식수준으로 필요한 경우 수술에 협조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쌍꺼풀 수술 도중 눈을 떠 보게 하는 것처럼 특정 과정에서는 깰 수 있어야 하고 환자에 따라 수술 후 이런 과정을 기억하거나 못할 수도 있다.
전신마취 도중 의식은 깨어 있고 몸은 마비된 상태를 뜻하는 ‘마취 중 각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공포감이나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마취 심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의사 입장에서 마취가 잘 되지 않고 환자가 고통 때문에 혹은 꿈을 꾸면서 몸부림친다면 당혹스럽고 빨리 수술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수술 결과가 좋을 리 없고 특히 마취가 잘 되지 않는 경우에 수술에 급급해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못한 채 반복해 약제를 주입하다 보면 과량이 투여되고 건강했던 환자가 불행하게도 무호흡이나 혈압 저하, 심정지 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80년대 중반 치과에서 수면 마취 중 의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이후 마취과 수련을 받거나 또는 주에서 인정하는 정규 과정을 수료한 경우에 한해 수면마취를 시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는 이와 같은 규정이 아직 없고 특정 약제를 사용한다 해서 안전한 수면마취를 시행하는 양 광고하거나 마치 전신마취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설명하는 일이 많아 우려스럽다. 안전한 수면마취를 받고 싶은 이들은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 대형 클리닉을 선호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마취과 전문의들은 전신마취를 주로 맡고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누가 수면마취를 담당하는지 알기 힘들다. 무리하게 한꺼번에 여러 건의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도 마찬가지다.
안전하고 적절한 수면마취는 생명은 물론 수술 결과와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 성형외과 선택 시 누가 어떻게 수면마취를 해줄 것인지 꼭 확인하자.
엔아이성형외과
천은희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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