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성적은 지능보다 성실성이 중요
필자는 설명회를 진행하거나 상담을 할 때 부모님께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다. 아이 성적이 80점이 넘으면 현재 학습단계가 이해되었음을 의미하므로 90점, 100점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아이 성적이 90점 이상인 학부모님은 기분 나빠하시고, 80점대 학부모님은 안심하시고, 70점대 학부모님은 다소 위안과 희망을 되찾는다. 필자도 학부모로서 아이의 100점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시험 점수 100점은 기분 좋은 점수이고 뭔가 뿌듯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즉 100점은 단순히 부모를 위한 점수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00점의 점수에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해당과목을 아이가 상당시간 투자해서 성실하게 공부했다는 의미이고,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는 문제집을 3권에서 많게는 7~8권까지 풀어서 출제 가능한 문제를 모조리 미리 점검했다는 뜻이다. 또한 아이의 기억력이 탁월해 학습내용을 시험당일까지 기억을 유지했으며 시험당일 문제를 풀면서 실수하지 않는, 아이답지 않은 침착함까지 겸비했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이 이러한 공부방식을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총 12년 동안 지속했다면 이른바 ‘전교권 성적의 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는 탁월한 성실함, 용의주도한 준비성, 탁월한 암기력과 이해력, 침착함,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성장했을 것이고 이런 성향은 이후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아이는 다른 측면의 능력은 성장이 둔화됐을 것이다. 학습되지 않은 돌발상황에서 대담함과 순발력, 낯선 것을 수용하는 빠른 적응력, 핵심만 선택하는 취사선택 능력, 많은 양을 한 번에 처리하는 능력, 평범한 일상 이해력 등을 발달시킬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능력은 내신성적보다 입시성적을 좌우하는 핵심능력이다. 가끔 전교 1등으로 졸업한 학생이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친구들이 ‘SKY’를 진학했는데 자신은 계속 실패하면서 3수, 4수의 길을 걷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입시현장에서 중고등 내신 성적이 80~90점대였던 학생들이 SKY 진학에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핵심요인을 보면 어느 정도의 아이큐를 지닌 아이가 내신성적을 100점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적당히 내신 공부하면서 다양한 독서체험을 하고, 고1부터 입시를 위한 공부에 초점을 두고 천천히 공부해나간 경우다. 즉 입시 공부가 미흡한 내신 80~90점이 갑자기 입시성적이 SKY수준으로 나온다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수능성적은 배경지식 양보다 활용능력과 지식을 담는 체계가 중요
중요한 것은 활용할 배경지식이 오랜 세월 쌓여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지식은 교육과정에서 상위 30%를 유지해 쌓인 것과 다양한 독서를 통해 쌓인 것이 어우러져 진정한 배경지식이 된다. 즉 내신성적 없이 무작정 독서만 해온 교과서 밖의 지식만도 아니고 내신성적만 잘 나온 교과서 안의 지식만도 아니다. 두 지식이 오랜 기간 상호 유기적으로 성장해 오면서 만들어진 것이 입시를 위한 배경지식이다.
배경지식 활용능력은 입시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점수를 만드는 스킬과 관련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즉 상당부분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해 입시문제 유형을 익혀가면서 형성된다. 거기에다 단편적 상식을 외우는 것을 통해서는 형성되지 않는 ‘일이관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책 전체를 읽고 작자의 의도를 잡아내고 작가가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배치한 다양한 장치들의 효과를 이해하며 글의 사실성과 가치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가 속칭 ‘통밥 굴린다’ ‘통밥으로 찍는다’라는 것과 연관이 깊다.
필자가 아는 두 형제가 있었다. 형은 배경지식 양보다 활용능력과 체계가 정립돼 있었고, 동생은 배경지식 양이 많고 활용능력이 뛰어났으나 지식을 담는 체계가 없이 나열식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형은 서울대를 진학했고, 동생은 연세대에 진학했다. 두 형제의 차이는 ‘격물치지’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즉 이는 수많은 단편지식들이 일반적인 체계 속에서 구분돼 소속된 영역으로 분류되고 또 중요도를 판단해 아는 능력이다. 이 능력 속으로 들어간 수많은 지식은 체계적으로 활용돼 서울대 진학에 밑거름이 되었고 사전적으로 나열된 구조 속으로 쌓인 지식은 서울대 진학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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