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남편 갑은 A로부터 1억 원을 투자받았으나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사실상 폐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A가 1억 원의 반환과 더불어 보증인을 세울 것을 요구하자, 남편은 A를 집 근처로 오게 한 뒤 1억 원짜리 차용증의 보증인 란에 허락도 없이 제 이름을 적고 제 도장까지 찍은 뒤 A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 부부사이에는 ‘일상가사 대리권’이라는 게 인정되는데, 여기서 일상가사란 부부 동거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의 법률행위로서 가정생활에서 항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식료품 구입, 세금 납부, 의류 구입, 월세의 지급과 수령, 가구의 구입, 자녀의 양육과 교육 등 행위가 이에 속한다. 이런 일상가사에 대해 부부는 서로 대리권이 있고(민법 제827조 제1항), 부부 일방이 일상가사에 관하여 다른 사람과 법률행위를 한 경우 다른 쪽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민법 제832조).
그러나 예외적으로 부부의 일방이 일상가사의 범위를 초월한 법률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방이 책임지는 경우가 있다. 민법은 제125조 이하에서 ‘표현대리’ 제도를 두고 있는데, 표현대리란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는 않았지만 거래하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흡사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일 경우 대리의 효과를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부부 간의 일상가사 대리권을 기본대리권으로 하여 문제의 법률행위에 대해 부부 중 일방에게 특별한 권한이 수여되었다고 거래상대방이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표현대리가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질문과 같은 사실관계에도 일상가사 대리권을 기본대리권으로 하여 표현대리가 인정될 수 있을까? 남편 갑이 처 모르게 차용증의 보증인 란에 처의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는 바람에 처도 A에게 1억 원의 보증 채무를 지게 되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다.
남편이 부담하는 사업상의 거액의 채무를 처가 남편과 연대하여 부담함은 흔치 않은 일이다. 또한 남편은 동거하는 처의 도장을 쉽사리 입수할 수 있었고, A도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남편 갑이 처를 대리해서 연대보증 약정을 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었다는 사실을 A가 증명해내지 못하는 이상, 처는 남편의 사업자금에 대해 보증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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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백상 정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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