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빛날인 - 동북고등학교 박성진 군

정보와 도움을 주는 일, 꾸준히 하고 싶어요

지역내일 2010-03-28 (수정 2010-03-28 오전 11:30:33)

 



청각장애를 가진 고모와 큰아버지. 가족 모두가 이 두 사람을 위해 수화를 배웠다. 특히 아버지의 수화실력은 전문가 못지않다. 고모와 큰아버지는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식구들과의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어릴 때부터 박성진(3년·문과)군은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며 자랐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아버지를 따라 수화를 익히기도 하고 부모님들을 따라 교회봉사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한 가지 불편함을 가진 것 뿐”이라며 “우리와 다른 게 하나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가 이룬 1년 400시간 점역봉사의 바탕에는 가족과 사람을 사랑하는 애정이 깊게 깔려있다. 








생활 속 관심이 봉사의 시작




박군이 장애인에 대해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된 데에는 이런 가정환경 역할이 컸다.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많은 걸 배우고 익힐 수가 있었던 것.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큰어머니 등 가족과 친척들이 교회 농아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또 아버지는 예배 때 목사님의 설교를 수화로 통역하는 일도 종종 하시고요.”




 박군이 어릴 때부터 다니고 있는 남서울은혜교회(일원동)는 특히 장애인부서가 많아 거리낌 없이 장애이들을 대할 수가 있었다.




 교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부서도 있다.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생활 속에서 그들이 불편해하는 것들을 보며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싹텄다.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죠.”








시각장애인에게 정보 주는 소중한 작업




 그러던 중 어머니의 적극적인 권유가 그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역 봉사활동으로 이끌었다. 박군의 관심과 빠른 타자실력을 함께 할 수 있는 봉사임을 어머니가 꿰뚫어 보았던 것. 시각장애인들이 손으로 읽을 수 있는 점자책이나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성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일반도서를 점역·음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한글작업을 해야 하는데 박군이 바로 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1분에 800타라는 빠른 타자실력을 가진 박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일이었다.




2008년도에 어머니가 망막에 이상이 생겨 큰 수술을 받은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또한 국내최초시각장애인 박사이자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까지 오른 강영우 박사의 강연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의 관심을 부쩍 높였다.




그는 주저 없이 첫발을 내딛었다. 2009년 1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첫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박군은 2009년 한 해 동안 400시간이라는 놀랄만한 활동을 해냈다.




 그가 주로 작업하는 책은 종교도서와 신간으로 발행되는 유명작가들의 책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게도 “좋은 점이 많다”고 박군은 말한다.




 “책을 그대로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일이다 보니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고 몰랐던 많은 지식들도 얻게 돼요. 또 신간인 경우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할 수 있으니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박군은 한번 씩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본다.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다. 어릴 땐 귀를 막고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박군은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잠시라도 귀를 막거나 눈을 감고 있어 보세요. 정말 답답하고 불편하거든요. 그 불편함을 느끼면서 제가 하는 봉사활동에 더 집중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는 일이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자부심도 들고요.” 박군은 장애인을 위한 밀알학교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 주고파




 박군은 언론에 관심이 많다. 희망하는 학과도 신문방송이나 언론과 관련된 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내가 알게 된 무언가를 나를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정보를 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요.”




 박군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 역시 그들에게 소중한 정보를 주고 알 권리를 만족시켜주는 소중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입시전쟁의 최전방에 있는 박군은 남은 입시 기간 중에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지난 1년만큼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책''과 ''컴퓨터'' 앞을 지키고 싶다.




 “학원을 한 곳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기 때문에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는 가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고1이 된 동생도 같이 활동을 하게 돼 모범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같이 활동하면서 동생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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