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고통받는 새터민들
이경형 (언론인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밥상을 앞에 두고, 북에 둔 부모 생각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 탈북 여대생, 엄마가 남쪽에 먼저 오고 딸이 나중에 와서 결합한 모녀 가족, 운 좋게 지방공무원으로 채용된 억척여성 등등.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이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얘기는 끝도 없었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연 날리기 행사가 있던 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새터민 10여명과 오찬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파주 시민으로 참석했다. 그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겪은 탈북 과정의 고난 못지않게 남쪽에서 겪는 생계 불안, 문화적 이질감, 남한 사회의 보이지 않는 탈북자 배제 분위기에서 오는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지난주에는 북한에서 수학교사를 하다가 4년 전 탈북해 공무원을 하고 있는 분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처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 강남 학원가를 찾아다니며, 면접을 수없이 봤다. 실력 테스트는 통과했지만, 탈북자라는 신분을 밝히는 순간 채용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의 좌절감은 그 자신만의 좌절이 아니라, 일반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겪는 일상적인 체험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구하기 너무 힘들어
통일부에 따르면 2009년 말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1만7746명이다. 2007년 이후에는 매년 2500명 선을 넘고 있다. 전체 입국자 가운데 여성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탈북 청소년 가운데 무연고 청소년도 10.4%나 된다. 전체 새터민의 60% 이상이 수도권(서울 31%, 경기 24%, 인천 9%)에 살고 있다.
가물에 콩 나듯 하던 초창기 탈북자들은 ‘칙사 대접’을 받았지만, 그 숫자가 점차 많아짐에 따라 정부도 컨베이어벨트 같은 정착지원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한 뒤 직업훈련, 교육 및 취업 지원, 주거 알선, 생계급여, 의료보호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남한사회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또 세대별로 묶어 정착도우미를 지정하고 거주지보호담당관, 신변보호담당관을 두어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터민들은 각자의 힘으로 한국사회에 적응, 정착해나가야 한다.
이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남몰래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편견과 차별’이라고 한다. 북한이탈주민 후원회가 직장에서 일하는 새터민 97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한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 가장 힘들었다’(22.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이 ‘과중한 업무’(11.4%)였고, ‘적은 임금’(10.1%) ‘언어 문제’(9.1%) ‘컴퓨터 등 지식과 기술 부족’(8.5%) 순이었고, 정작 가장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북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오히려 0.8%에 불과했다.
탈북여성 전문 결혼정보회사 사이트에 가보면 ‘탈북자와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느냐’는 주위의 눈길이 참으로 가슴 아팠다는 성혼 후일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새터민의 이 같은 반응은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일단을 보여준다. 한국사회가 그들의 문화적 이질성을 이해하고, 관용하는 데 인색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적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공산주의 독재체제 아래서 비자발적 노동, 타율성, 집단주의, 배급 체제에 젖어온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늘 경쟁을 해온 남한 사람과 사고나 의식면에서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감당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통일 준비는 물론 진정한 국민통합마저 꾀할 수 없다.
최근 잇달아 보도된 일부 새터민의 마약 밀반입, 보험사기 등 범죄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보다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훨씬 더 많다.
처음으로 국내 한의학 박사 학위를 따거나,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10명이 넘는 등 새터민 성공스토리도 적지 않다. 남쪽 사람들이 이들에게 조금 더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가슴을 열어 소통한다면, 이들의 아픔은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용기있는 미래의 통일일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새터민에 대한 사회적응 및 직업 훈련의 시간을 더 늘리고, 세대당 월 40만원 수준으로 6개월 이내 지급하는 생계급여도 기간을 다소 연장하는 등의 보강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서울시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새터민 고용 사회적 기업의 전국적 확대, 민주평통자문위원들이 기획하고 있는 새터민과의 1대1 맨토링제의 실천도 이들의 남한사회 편입 연착륙을 도와줄 것이다.
무엇보다 새터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결코 게으르고 나약한 자가 아니며, 탈북을 감행한 용기 있는 사람이며,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미래의 통일 일꾼들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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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형 (언론인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밥상을 앞에 두고, 북에 둔 부모 생각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 탈북 여대생, 엄마가 남쪽에 먼저 오고 딸이 나중에 와서 결합한 모녀 가족, 운 좋게 지방공무원으로 채용된 억척여성 등등.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이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얘기는 끝도 없었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연 날리기 행사가 있던 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새터민 10여명과 오찬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파주 시민으로 참석했다. 그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겪은 탈북 과정의 고난 못지않게 남쪽에서 겪는 생계 불안, 문화적 이질감, 남한 사회의 보이지 않는 탈북자 배제 분위기에서 오는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지난주에는 북한에서 수학교사를 하다가 4년 전 탈북해 공무원을 하고 있는 분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처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 강남 학원가를 찾아다니며, 면접을 수없이 봤다. 실력 테스트는 통과했지만, 탈북자라는 신분을 밝히는 순간 채용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의 좌절감은 그 자신만의 좌절이 아니라, 일반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겪는 일상적인 체험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구하기 너무 힘들어
통일부에 따르면 2009년 말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1만7746명이다. 2007년 이후에는 매년 2500명 선을 넘고 있다. 전체 입국자 가운데 여성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탈북 청소년 가운데 무연고 청소년도 10.4%나 된다. 전체 새터민의 60% 이상이 수도권(서울 31%, 경기 24%, 인천 9%)에 살고 있다.
가물에 콩 나듯 하던 초창기 탈북자들은 ‘칙사 대접’을 받았지만, 그 숫자가 점차 많아짐에 따라 정부도 컨베이어벨트 같은 정착지원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한 뒤 직업훈련, 교육 및 취업 지원, 주거 알선, 생계급여, 의료보호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남한사회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또 세대별로 묶어 정착도우미를 지정하고 거주지보호담당관, 신변보호담당관을 두어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터민들은 각자의 힘으로 한국사회에 적응, 정착해나가야 한다.
이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남몰래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편견과 차별’이라고 한다. 북한이탈주민 후원회가 직장에서 일하는 새터민 97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한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 가장 힘들었다’(22.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이 ‘과중한 업무’(11.4%)였고, ‘적은 임금’(10.1%) ‘언어 문제’(9.1%) ‘컴퓨터 등 지식과 기술 부족’(8.5%) 순이었고, 정작 가장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북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오히려 0.8%에 불과했다.
탈북여성 전문 결혼정보회사 사이트에 가보면 ‘탈북자와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느냐’는 주위의 눈길이 참으로 가슴 아팠다는 성혼 후일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새터민의 이 같은 반응은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일단을 보여준다. 한국사회가 그들의 문화적 이질성을 이해하고, 관용하는 데 인색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적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공산주의 독재체제 아래서 비자발적 노동, 타율성, 집단주의, 배급 체제에 젖어온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늘 경쟁을 해온 남한 사람과 사고나 의식면에서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감당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통일 준비는 물론 진정한 국민통합마저 꾀할 수 없다.
최근 잇달아 보도된 일부 새터민의 마약 밀반입, 보험사기 등 범죄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보다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훨씬 더 많다.
처음으로 국내 한의학 박사 학위를 따거나,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10명이 넘는 등 새터민 성공스토리도 적지 않다. 남쪽 사람들이 이들에게 조금 더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가슴을 열어 소통한다면, 이들의 아픔은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용기있는 미래의 통일일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새터민에 대한 사회적응 및 직업 훈련의 시간을 더 늘리고, 세대당 월 40만원 수준으로 6개월 이내 지급하는 생계급여도 기간을 다소 연장하는 등의 보강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서울시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새터민 고용 사회적 기업의 전국적 확대, 민주평통자문위원들이 기획하고 있는 새터민과의 1대1 맨토링제의 실천도 이들의 남한사회 편입 연착륙을 도와줄 것이다.
무엇보다 새터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결코 게으르고 나약한 자가 아니며, 탈북을 감행한 용기 있는 사람이며,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미래의 통일 일꾼들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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