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모 의사의 고민

지역내일 2010-03-03

제이엠의원
고우석 원장


우리 사회에는 사업 혹은 장사를 하거나 그 분야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또 사회가 부여한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는 직업 예를 들면 경찰, 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교수, 교사 등이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이 교통경찰이라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은 국회의원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거나 불편한 곳을 고치고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도록 치료하고, 건강과 무관해도 행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체의 변화를 원하면 도와주는 행위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업이 의사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되고 있다. 특정 목적을 사회가 부여한 직업의 하나인 의사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의료행위를 할 때 느끼는 갈등이나 고민 중의 하나는 무엇이 환자를 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털은 제거하나
비용이 많이 들어도 결과가 좋으면 되는지, 아니면 비용이 높아지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해 결국 사회 전체로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적정한 수준에서 비용절감에 노력해야 하는지, 수익률은 얼마로 하는 것이 적정한지 등이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교통단속을 잘 하는 것이 교통경찰의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인지 단속은 잘못해도 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사회에 더 도움이 되는지 교통경찰도 항상 고민에 빠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들어야 할지는 국회의원들도 항상 고민일 것이다. 물론 소속된 단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수에 속한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필자의 병원은 상당히 고가의 털을 제거하는 레이저 기계를 추가로 구입했다. 털을 뽑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될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통증 없이 영구적으로 털을 제거해주는 것은 털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절실한 부분 중의 하나다. 단순히 통증을 줄이기 위해 시술 비용이 증가한다면 과연 이것이 제모를 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이 되지만, 제모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 입장에서 통증이 줄어든다는 점은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유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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