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와 떠나는 봄맞이 산행

이번 주말, 남한산성으로 봄맞이 가요~

지역내일 2010-03-02 (수정 2010-03-02 오후 2:52:17)

늘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계절은 따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산행이 계절 이벤트 정도인 가족들에게 겨울은 침잠의 계절이요, 봄은 기상의 계절이다. 가까운 산도 멀게 느껴지던 겨울을 던져버리기에는 봄맞이 산행이 최고. 새봄을 맞이해 우리 지역 산행코스를 소개한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겨울이었다. 이제는 겨울을 보내버리고 싶어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모처럼 남한산성 나들이에 나섰다. 산성의 겨울 끝자락 풍경에서는 아직 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봄맞이 산행을 나온 지역민들의 발걸음에 질퍽하게 녹아가는 산길에서. 양지바른 산성 길에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부부의 밝은 표정에서. 무채색 겨울풍경에 색을 더하는 등산객들의 옷차림에서. 산성종로 음식점들에 삼삼오오 앉아 막걸리를 기울이는 행락객들의 모습에서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남한산성 탐방의 시작은 역사관에서
동네 나들이 삼아 오는 남한산성이지만 조금만 계획하면 훨씬 알찬 일정을 만들 수 있다. 남한산성 산행의 시작은 산성로터리. 남한산성 관리사무로 옆에 위치한 역사관에 들러보자. 남한산성의 연혁에서부터 성벽의 여러 모습, 병자호란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에 상시 운영되는 남한산성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8명 이상 미리 예약 시에는 역사관에서 현절사 -> 침괘정 -> 행궁-> 숭열전 -> 수어장대 코스로 해설탐방 코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가족 능력에 맞은 산행코스 선택할 것
산에 오는 걸 참 싫어하는 아들을 밀고 끌고 가는 산행길은 무겁다. 아이에게는 내려올 산 올라가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지 “내가 나중에 아빠가 되면 내 아들 억지로 산에 끌고 오지 않을 거야”하며 투덜거린다. ‘그래, 나도 너 만할 때 그러면서 산에 끌려 다녔던 것 같다’속으로 생각하며 말없이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 가족이 선택한 코스는 산성종로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건물 옆 입구에서 침괘정~수어장대에 이르는 가장 단거리 코스. 겨우내 숲 속 깊이 내린 눈이 녹지 않아 걸음이 더뎌서 그랬지, 길만 좋으면 수어장대까지 20~30분 거리이다. 중턱에 올라서야 눈에 들어오는 산성길을 바라보며 ‘게으른 아들 탓에 우린 언제 한번 산성길을 종주해볼까’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수어장대로 들어가기 전 여유로운 테이블 하나 잡고 배낭에 담아온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꺼냈다. 오이와 귤, 아이가 좋아하는 삶은 달걀. 투덜거리느라 나온 아이의 입이 조금은 들어간 듯했다.
수어장대에서 사진 한 방 찍고 내려오는 길에는 행궁 쪽으로 향했다. 임금이 잠을 자고 생활하던 공간인 상궐에 들어서서 지난 해 가족이 함께 봤던 뮤지컬 ‘남한산성’이야기를 꺼내봤다. “엄마, 행궁이 뭐예요?”“옛날에 임금님이 궁을 떠나 멀리 와서 잠시 머물던 곳이지.”현재 남한산성 행궁의 상궐만 개방되고, 행궁의 하궐은 한참 복원 공사 중이다. 올 여름에 보수공사 마무리 계획이 잡혀있어 가을쯤이면 완성된 행궁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산성 로터리 맛집들의 향연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웠던 코스. 겨우내 게으름을 피우던 가족에게는 시장기를 발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밀조밀 기와지붕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산성 로터리.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들어선 곳은 ‘산성 손두부.’이 근방에서 가장 작고 오래된 집이다. 산행 후 점심시간에 겹치니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줄을 서고 있었다.
이 집에서 제일 먼저 맛봐야 할 것은 손두부. 평소 두부를 즐기지 않던 아이들도 “이 집 두부 맛은 다르네~”하며 젓가락질이 바쁘다. 이 집에 온 거의 모든 손님이 시키는 메뉴는 ‘두부전골’이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 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집 바로 옆 ‘오복순두부’도 60여 년간 대를 이어 두부를 만드는 유명한 집. 근방에서 가마솥에 두부를 쪄내는 유일한 집이라고 한다. 두부 내공으로는 이 두 집이 서로 둘째라면 서러워하기 때문에 맛의 큰 차이는 없을 듯.

역사·문화의 명소로 거듭나는 산성리 마을
최근 남한산성의 산성리 마을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역사문화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즐비한 음식점으로 다소 산만하던 마을에 역사문화의 정신과 손길이 깃들어가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지난해부터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문화재 복원에 힘을 쓰고 있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마련하고 있다. 정월대보름 영월제를 시작으로 수어장대 숲속 음악회, 문화재지도만들기, 가족고고학탐험대, 문화유산탐방 등의 체험행사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마을 작은 도서관인 ‘남한산성 솔바람책방’도 개관했다. 솔바람책방은 경기문화재단과 작가 배영환이 낡은 컨테이너를 도서관으로 개조한 작은 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은 도서 대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다양한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컨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만해기념관에서의 전시문화체험, 혁신적인 작은 학교로 유명한 ‘남한산 초등학교’에 들러 놀이터와 오래된 고목에서 아이들을 놀게 해주는 것도 알찬 코스.

이야기가 있는 남한산성길 걷기
등산, 트레킹에 이어 몸과 정신을 위한 ‘온전한 걷기’가 인기다. 걷는 이를 위한 최고의 코스라는  제주의 ‘올레길’이 있다면 우리에게는‘남한산성길’이 있다. 얼마 전 경기관광공사는 경기지역 관광정보 온라인 포털‘이땡큐’에?‘이야기가 있는 남한산성길’을 소개해 남한산성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끌고 있다. 도심에서 가깝고 역사와 자연, 문화가 숨쉬는 천혜의 걷기 코스인 셈. 남한산성 탐방로 5개 코스를 따라 ▲역사와 함께 소요하는 생명의 길(산성종로~매바위 왕복 2.5km, 2시간 소요), ▲행궁과 함께하는 법도의 길(산성종로~숭열전 왕복1.7km, 2시간 소요), ▲기억과 함께하는 반추의 길(산성종로~봉암성 왕복 4.1km, 3시간 소요), ▲성곽과 함께하는 의지의 길(산성종로~북문 왕복4.3km, 3시간 소요), ▲산성을 따라가는 웅성 미학의 길(산성종로~지수당 왕복 3.5km, 4시간 소요)로 구분했다. 다양한 산책로와 등산 코스를 따라 가면 가까운 남한산성이 사시사철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남한산성 봄맞이 TIP
● 남한산성 역사관 : 031-746-1088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해설 상시운영)
● 남한산성 솔바람 책방 운영시간 : 월~금 오전 10시~12시, 2시~6시 / 야간개장 오후 7시~9시
● 만해기념관 : 031-744-3100
● 산성손두부 : 031-749-4763
● 오복순두부 : 031-746-3567
● 이야기가 있는 남한산성길 : www.ethankyou.co.kr
● 남한산성 진입로 : 43번 국도 하남방면에서 남한산성 진입로 (교통정체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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