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화해를 둘러싼 2차 라운딩 Start!

지역내일 2010-02-24 (수정 2010-02-24 오전 10:33:09)


부부 싸움을 했다. 늘 그랬듯 싸움의 발단은 사소한 말실수. 하지만 싸움의 파장은 크다. 자존심의 상처는 오해를 불러오고, 오해는 쌓이고 쌓여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된다. 여기에는 매순간 봉합하느라 바쁜 잘못된 화해의 방법도 일조한다. 현명하게 싸우고, 성숙하게 화해하는 법! 이 시대 부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화해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본다.

Part 01 화해? 했는데 찜찜하네~
올해 결혼 7년 차인 윤아무개씨 부부는 얼마 전 부부 싸움을 했다. 남편의 연말 인센티브 얘기를 듣다가 친구 남편의 인센티브를 들먹이며 비교하고 만 것. 자존심 상한 남편은 이후 입을 딱 다물고 일주일째 늦은 귀가를 고수했다고. “미안하다”는 윤씨의 사과에 남편은 “알았다”고 했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단다. 윤씨는 열흘이 다 되어서야 남편의 속마음을 들었는데, 부부 싸움보다 성의 없는 윤씨의 화해 멘트가 더욱 화를 돋웠다는 얘기였다. 화해는 했지만 진심이 부족한 화해의 말이 상대방을 더욱 노엽게 만든 것이다. 
반대로 남편의 잘못된 화해법 때문에 상처 받는 아내들도 많다. 결혼 12년 차 이아무개씨는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부부 싸움 후 남편이 화해를 청하는 방식은 한결같다고 말한다. 이씨의 남편이 선택한 화해법은 ‘몸으로 때우기’다. 이씨는 남편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당장의 상황을 대충 때우려는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진단다. 그러니 아무리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지만 하룻밤 몸으로 때우고 대충 살려는 상대방에게 봄눈 녹듯 마음이 풀릴 리 없다. 화해 아닌 화해는 한 것 같지만 정작 마음속의 갑갑함은 더 쌓여간다.

Part 02 별다를 게 없는
부부들의 화해법
그렇다면 다른 집의 사정은 어떨까? 싸우는 이유가 주로 대화 방식이나 생활 습관의 차이에서 오듯, 부부 싸움 후 화해의 절차 또한 집집마다 별다르지 않다. 아내들은 주로 문자나 편지, 쪽지를 통해 화해를 청하고, 남편들은 빠른 귀가와 선물, 아니면 잠자리에서 화해를 청하는 식이다. 싸웠다고 해서 싸움의 발단을 제공한 사람이 화해를 청하는 것도 아니다. 싸우다 보니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이유도 있겠지만, 가정마다 부부의 역할이 다르듯 화해하는 역할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집은 잘잘못을 떠나 아내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가 하면, 어느 집은 화해가 무조건 남편의 몫이다.
결혼 12년 차 김아무개씨는 일단 싸우면 누가 잘못했든 김씨가 먼저 남편에게 폭탄에 가까운 장문의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그러면 남편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차분히 정리한다고. 이후 저녁에 남편이 화해의 제스처로 빵이나 과일, 반찬 같은 먹을거리를 사 가지고 오면서 공식적 화해의 절차가 마무리된다.
반면 결혼 8년 차 윤아무개씨네는 100퍼센트 남편이 화해를 청하는 케이스다. 결혼 초 지난한 부부 싸움 끝에 윤씨가 남편에게 “나는 성격상 사과를 잘 못 하니 당신이 먼저 해달라”고 요청한 게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 물론 싸움의 발단은 80퍼센트 이상 남편에게 있다지만, 어찌됐든 아내 윤씨가 풀릴 때까지 남편은 매일 일찌감치 퇴근하거나 잠자리에서 은근슬쩍 다가오는 등 계속 사과를 청한다.
이도 저도 아닐 때, 즉 누구 하나 자존심을 굽히지 못할 때는 가정 내 평화의 비둘기인 ‘아이들’이 동원된다. 아이를 통해 화가 난 남편에게 전화를 걸게 하거나, 둘 다 화해하지 않고 있다가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행동에 웃으며 마음을 푸는 식이다.

Part 03 일방적인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
화해 방식은 비슷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다르다. 화해에 ‘진심’이 있느냐에 따라 ‘화해’의 결과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다. 중요한 건 일방적인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이다. 누가 먼저 화해를 청하든 진심이 아니라면 화해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기 때문이다. 편지든, 문자메세지든, 잠자리든 일방적인 방법은 화해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으로 때우려는’ 남편들의 화해법도 일방적인 액션. 결혼 22년 차 성아무개씨는 “마음이 풀려야 몸도 풀리는 법이라고 평생을 가르쳐줘도 남편이 도통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가정상담연구소의 한규만 부소장은 “다툼과 싸움 이후에는 반드시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해도, 별다른 해결책도 없이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도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싸움이 싸움으로 결론을 맺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간다면 마음에 상처를 하나, 둘 쌓기 시작하여 결국 마음의 담장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싸움에도 원칙이 필요하듯, 화해에도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한 셈이다.

Part 04 부부만 알 수 있는
화해의 공식 정해둬야
한규만 부소장은 일단 부부 사이에 화해의 공식을 정해두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남편이 꽃을 사 오거나, 아내가 하트 이모티콘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등 부부  싸움 후 화해를 청하는 신호로 남편과 아내가 한 가지씩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때 누구든 화해를 청하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 화해를 청하는 사람을 무색하게 만들면 두 사람이 마음으로 화해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화해의 ‘시기’도 중요하다.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치면 부부는 더욱 어색한 관계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즉시 사과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또 화해를 청할 때는 분명한 의사 전달과 함께 행동이 필요하다. 별다른 행동 없이 “미안해”라고 말하면 상대방에게는 건성으로 하는 말로 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작게는 얼굴 표정부터 진심이 전해지도록 움직여야 한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도움말 한규만 부소장(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일러스트 홍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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