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문제유출 사태를 바라보며

미국대학 입학 전형의 본질 되짚어볼 기회로

SAT에 올인 하느라 다른 중요한 전형요소 놓쳐선 안 돼

지역내일 2010-02-23

조기 유학생뿐만 아니라 외고, 국제고, 외국인학교 재학생 중에서도 미국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국내에서 실시되는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수도 늘고 있다. 또한 국내 명문대 글로벌전형이나 국제학부전형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까지 토플 등의 어학실적 외에 비교과로 SAT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SAT 사교육 시장 확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SAT 문제유출 사태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SAT 고득점을 위해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미국대학 입학 전형에 대한 본질부터 다시 짚어보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청소년기 가치관 형성에 타격 커
SAT 테스트센터였던 모 외고의 고사장 지정이 취소되고 국내 시험장에서 치른 SAT 전체 성적이 무효 처리되기도 하는 등 SAT 문제 유출 사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었다. 앞서 미국대학 입시를 경험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동안 암암리에 있어 왔던 것이 단지 이번에 크게 터진 것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 명문대에 합격시키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라면 미국 내 한국유학생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명문대 합격생의 중도 탈락률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가이던스 심리학습센터 ‘마음과 배움’의 박동혁 소장은 “학생들이 자기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하는데 타인의 도움으로 부정하게 높은 결과를 얻었을 경우 학업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 낮아 불안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등 심리적 문제가 크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청소년기 가치관 형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있는 리더로 키우기 위해 유학을 결정하고도 시험 자체만을 위한 준비에 매달리게 된다면 결국 학습능력이 저하돼 다음 단계에서는 문제를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미국대학이 요구하는 자기주도성, 책임감, 끈기 등을 입시 준비과정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설령 졸업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는 말이다.



단기성과 집착보다 장기적인 계획 중요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미국대학 입학전형에 대한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과 정보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SAT 점수는 전형의 일부이며 만점자들도 다수 탈락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고득점을 올려야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다. 아무리 SAT 점수가 합격의 척도는 아니라지만 합격한 애들을 보면 모두 점수가 높다”며 점수 올리기에 집중한다.

또한 SAT는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가 중요한데도 너무 단기성과에 집착해 ‘고득점 전략’만 찾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대학에 진학한 박 모(20)군의 경험담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여름방학 때마다 귀국해 SAT 학원에 다녔지만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유학생활 3년이 넘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되는 것이 느껴지고 가장 힘들었던 SAT Reading까지 잡혔다.”

‘T&B 에듀케이션 컨설팅’ 육상현 원장은 “통상 세 번 정도 SAT를 볼 경우 갈수록 시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점수가 오르게 돼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점수가 오를 시점인데도 미리 조급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하면서 “일정 점수만 획득하면 입학사정관들이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다. 점수를 더 올리려는 노력도 좋지만 다른 중요한 전형요소들을 놓치게 된다면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자신의 수준과 프로필에 맞는 준비 전략으로
전체적으로 미국 상위 20위권 정도 명문대에 진학할 학생들은 실제 얼마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쪽으로만 몰리는 것도 문제이다. 아이비커넥션 Peter Chi 이사는 부모들의 정보 부족문제를 지적하면서 “학교 내신성적(GPA)도 좋지 않고 SATⅠ 점수도 낮으면서 SATⅡ를 보려고 하거나 Writing 점수 비중이 적거나 반영하지 않는 대학들도 많은데 50위권 밖의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까지 무조건 다 같이 준비하는 것이 안타깝다. 내 아이의 수준이나 프로필에 맞는 준비를 해야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비록 미국 주요 대학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전체 한국 학생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더 까다로운 잣대로 평가하지 않겠나”하는 우려가 남는다. 더불어 당장 이번 여름방학부터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내야할지도 고민이다. 육 원장은 “SAT 학원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보다 자신이 가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 자신의 관심분야나 특성에 맞는 활동을 찾아 열정을 쏟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입학사정관들에게 주도성과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