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탈북여성’ 인권침해실태 조사

‘잠재적 성매매 여성’ 취급

지역내일 2010-02-23
‘3등 시민’ 시선 힘겨워 … 직업교육도 차별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은 국내 정착 과정에서 ‘잠재적 성매매 여성’ ‘3등시민’ 취급을 받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정원 심문과 탈북자의 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 교육 과정에서부터 인권 침해 성차별을 당하며 사회에 나와서도 지원 기관 담당자나 일반 시민들의 차별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다.
국가인원위원회는 22일 ‘탈북 여성의 탈북 및 정착과정에 있어서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탈북 여성 26명과 하나원 여성 교육생 24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탈북 여성들에 대한 심문 과정에서 인신매매 성매매 관련 조사를 하며 이들을 ‘잠재적 성매매 여성’으로 간주해 문제로 지적됐다.
국정원에서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성매매 관련 조사를 하는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국경을 넘어 중국에 오는 과정에서 인신매매나 성매매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 이들은 신분의 안전을 위해 인신매매나 반강제 소개를 통해 중국 남성들과 결혼 형태로 살게 된다.
문제는 국정원 수사 담당자들은 심문 과정에서 이들을 잠재적 성매매 여성으로 간주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다는 것.
특히 탈북여성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고 심문 과정에 응하기 때문에 심문 과정에서 받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에 대해 항의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탈북 여성들은 국정원 등에서 심문을 받는 동안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미처 생각할 여지를 갖지 못한다”면서 “지금까지의 사례 연구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심문 기관들은 탈북 여성들에게 이와 같은 권리가 있음을 직접 알리거나 혹은 변호사 등을 통해 알리는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원에서 이뤄지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직업 교육이 소위 ‘여성 적합 직종’에 국한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이 주로 받는 직업 교육은 ‘요리 재봉 세공 조립 제과 제빵 간병 간호’ 분야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성별화된 업종으로 제한됐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직업교육은 한국 여성들의 일반적인 진로 모색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탈북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나타낸다”면서 “탈북 여성들은 생존만 보존해 주면 되므로 한국 여성과 동일한 차원의 여성정책을 쓸 필요가 없다는 암묵적인 태도를 전제”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탈북 여성 정착을 지원하는 기관 담당자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달갑지 않은 사회복지 수혜자’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 탈북 여성은 “무릎이 부어 정형외과에 가서 진단서를 떼려고 하니 의사가 ‘열심히 일은 안 하고 진단서만 떼려고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을 소위 남한 사회의 ‘3등시민’으로 생각하는 차별적 시선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했다.보고서는 탈북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이 입국 후 국적을 획득하고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 전반을 인권적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심문조사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이들의 인권을 더욱 섬세하게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며 기관 종사자들은 주기적으로 인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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