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 슬기초등학교 이규승·박태현 미술 교사
그림으로 만나 나이 초월, 우정 나누는 두 사람
‘초우예전’ 전·현직 회장, 공연도 함께 즐겨
고잔동 슬기초등학교 이규승 교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봄눈을 만났다. 눈이 쌓이는 3월에 만나는 사람! 발걸음 가볍게 미술실을 찾아간다. 눈 오는 창을 등지고 서 아이들의 그림을 정리하던 이 교사의 손길이 잠깐 멈춘다. 연한 살구색과 진달래 빛 분홍색, 진한 바이올렛이 잘 어울린 아이의 작품을 보면서 “이 녀석은 색감이 좋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쓰던 보자기 같지 않아요?”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림으로 ‘집중’하는 힘을 알려 주고파
이 교사는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선생님 화가’이다. 단원작가회 회장과 안산·시흥 초등 미술교사 모임인 ‘초우예’의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그림은 고향 모습이다. 어릴 적 뛰어 놀던 고향 앞길, 뒷동산…. 먹을 이용한 수묵화는 동양화적 여유가 묻어난다. 아이들도 그의 그림을 보면 “선생님 그림을 보면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경인교대 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올해 슬기초 3·4학년 미술 과목을 전담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이들과 그림 속에 푹 파묻힐 행복한 한해! 작년에 이어 좋은 수업나눔 교과교육 멘토링전(展)인 <슬기누리>와 학생과 교사의 협동 전시회인 <초우예전>에 아이들의 공동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슬기누리는 공통된 주제로 그림을 그린 후 반별로 그림을 취합, 전시를 하는데 아이들은 자신의 작은 그림이 모여 큰 그림, 큰 주제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화합’을 배운다. 초우예전은 교사뿐만 아니라 10여 개 초등학교의 협동작이 참여하는데 작년에는 이 교사가 수업을 담당했던 1학년 4반 학생들의 합동작품 ‘우리 엄마’가 전시됐다.
교직에 있으면서 홍익대 사회교육원 동양학과를 다닌 이 교사는 ‘그림은 소걸음처럼 가는 것’이라는 스승의 말을 신념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동양화의 기본인 ‘먹과 붓 쓰기’(먹과 붓의 사용법) 기본을 익히는데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니 채색과 구도는 실과 바늘처럼 자연스럽게 따라 왔다.
그림과 평생을 지내다보니 ‘집중과 열정’이라는 그림의 특별한 장점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그림으로 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해서 두 시간의 미술수업 동안 ‘정성+완성’을 한 아이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크레파스를 움켜 쥔 앙증맞은 아이들의 손이 자신의 에너지원이라고는 선생님! 좋아하는 그림과 아이들이 있는 교직이 자신과 ‘천생연분’이라고 말한다.
그림으로 아이들 마음 읽어요
인터뷰 도중에 미술실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오자 이 교사는 “왜 이렇게 늦게 왔어?”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그의 단짝 동료이자 친구(?)인 박태현 교사다. 이 교사는 “박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잘 놀고,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선생님이라 인기가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슬기초등학교 교육 설명회’에서 맨 마지막까지 학부모와 상담을 나누느라 늦었단다. 대신 인터뷰 시간이 짧았지만….
두 교사는 10년 전 초우예전에서 처음 만나 나이를 초월하는 우정을 쌓고 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공연도 함께 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에게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슬기초 부임도 이 선생님 영향이 컸다”는 박 교사는 올해 3학년 담임을 맡았다. 동양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이 교사와는 달리 박 교사는 유화를 그린다. 이 교사의 강력 추천으로 초우예전의 현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교사는 경기도교육청 좋은 수업 나눔 멘토링 미술과 워크북(Work Book) ‘창의력이 쑥쑥! 재미있는 그림 그리기’의 제작 팀장으로 참여해 ‘미술학습지’를 만든 장본인이다. 책자 맨 처음은 사람의 감정을 선으로 그려보는 ‘재미있는 선긋기’가 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선을 그려주세요”라는 리포터의 부탁에 곰곰이 생각하는 두 사람. 펄펄 눈 내리는 날 두 선생님이 기쁨과 행복의 선 그리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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