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아이들의 ‘디딤돌’, YMCA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학습동기, 삶의 동기 부여해

지역내일 2010-03-19 (수정 2010-04-16 오전 11:21:10)


원주시 시립도서관 내 YMCA 고등학교. 1987년도에 개교한 원일실업고등학교가 2004년 8월 원주청소년수련관으로 이전하면서 YMCA전국연맹에서 원일실업고등학교를 인수했다. 이후 2007년 3월에 YMCA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지금까지 1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교생이라 봤자 50명이 채 안 되는 학교지만 교사는 35명. 물론 그 교사 수에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도 포함되지만 그만큼 다양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YMCA 고등학교는 주간과 야간이 있지만 야간은 평생학습 차원에서 늦깎이 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수능 포기하고 수시로 대부분 입학
학습부진 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루다보니 학교에서 간구해 낸 방안이 ‘프로젝트 수업’.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수업이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여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준비하는 자기 주도적 수업이다. 학생 스스로 준비하기 때문에 내적 동기를 유발시킬 뿐 아니라 책임감도 길러 줄 수 있다고 조은숙 교감 선생님은 말한다.
"수능을 포기하니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어요"라며 "학생 대부분이 수능을 보지 않고 수시로 대학에 진학합니다"라고 말한다. 기초 학습 능력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 다르기 때문에 아예 그것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간구해 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YMCA고등학교의 대학 입학률은 90%에 이르고 4년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매년 2~3명씩 나올 정도다.


 소통 프로그램 '걸어서 바다까지'
교육청의 7차 교육과정을 따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재량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을 수능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 성장 중심으로 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한 학생들과 중간에 전학 권고를 받거나 학교 적응이 힘든 학생들이 학교 구성원의 대다수를 이루다 보니 학습적인 면 보다는 삶의 동기 부여, 삶의 가치관 같은 내면을 채울 수 있는 수업에 적잖이 비중을 둔다.
그래서 학과 수업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진도 위주가 아닌 그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화를 줘 가며 수업한다. 개개인이 하는 프로젝트 수업도 있지만 학교 전교생이 다 같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업도 있다. 매년 5월에 하는 '걸어서 바다까지'라는 '걸바', '걸어서 river까지' 라는 뜻의 '걸리버'가 대표적인 수업이다.
조은숙 교감 선생님은 "국토순례인 ‘걸바’와 ‘걸리버’를 하고 나면 아이들이 확실히 바뀌어 있다"라며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완수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결국엔 인생에 대한 충분한 동기 부여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매년 10월 즈음에 떠나는 소록도 나병환자 봉사체험은 아이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뜻 깊은 봉사다. 또한 정서계발프로젝트 수업인 연극수업, 밴드 수업, 비보이댄스 수업 등도 빼 놓지 않고 있어 아이들의 흥미와 욕구 충족에 큰 도움을 준다.


아픈 아이들,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교사
학생의 60% 이상이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아이들, 편부모 등 환경적으로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많다 보니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이 메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 YMCA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상지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윤혜영(20)씨는 "처음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다녔다"며 "YMCA 고등학교까지 오는 과정에서 힘들었는데 선생님들이 특히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한다.
조은숙 교감 선생님은 "처음 온 학생 대부분이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잔뜩 가지고 있다"라며 "1주일간 미술치료, 가족치료, 집단 상담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은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교사를 선발할 때 '교사로서의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뽑는다. 절대 색안경을 끼지 않고 학생들을 바라보고 대할 수 있는, 학생들과 소통이 되는 교사를 뽑는다. 올해 6년째 YMCA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김보선 교사는 "아이들의 상황을 뻔히 알기 때문에 가끔 알고도 도와주지 못할 때 가슴이 아프다"라며 학생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언제 부터인가 학교가 입시를 위한 장소로 전락한 요즘. YMCA 고등학교의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이런 교육방식은 학부모가, 학생이 가장 바라고 원하는 학교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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