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부산의 거리를 찾아 ② - 용두산 공원과 극장가 옆 먹자골목

용두산 공원을 돌아 먹자골목에서 추억을 맛본다

지역내일 2010-03-19 (수정 2010-03-19 오전 10:04:41)

70년대 용두산 공원 꽃시계 앞에서70년대 용두산 공원 꽃시계 앞에서
70년대 용두산 공원 꽃시계 앞에서



오늘도 꽃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추억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릴 때면 으레 등장하는 곳이 용두산 공원, 남포동 극장가, 먹자골목이다. 까까머리 학생 시절부터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던 처녀, 총각 시절까지 남포동 일대는 최고의 데이트 장소이자 눈과 입 모두 즐거운 거리였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성업 중인 집이 있는가하면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진 집도 많다.





지금도 건재한 용조각상


용두산 꽃시계는 부산 최고의 사진 명소

해묵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용두산 공원 안 꽃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 한 두 장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마땅히 갈 곳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용두산 공원은 신나는 나들이 장소였다는 정주원(35?남천동) 씨.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갔던 용두산 공원에서 비둘기 모이 주는  게 그렇게 재미났었어요. 시간가는 줄 몰랐죠. 꽃시계 앞에서 사진도 찍고요. 내려오는 길 옆에 미화당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좁은 철제 계단이 있었는데 한적한 공원에서 북적이는 백화점으로 이어주는 마법의 다리같았다고 할까. 그 계단을 지나가며 느꼈던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미화당백화점이 없어지고 신발 마트가 들어선지 오래지만 지금도 용두산 공원을 떠올리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찾은 용두산 공원에서 용조각상을 봤는데 어릴 때보다 작아져 보여서 황당했다고. “조각상이 작아진 게 아니라 제가 큰 거겠죠. 그래도 어릴 때는 꽤 커보여서 무서웠는데”라며 웃었다.


 남포동 극장가 거리


가벼운 일탈은 언제나 남포동 극장에서




지금은 어엿한 은행원인 이희철(40 재송동) 씨는 대학교 시절 오전 수업을 빼먹고 친구들과 보러갔던 영화 ‘피아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실 영화 내용이 감동적이어서 기억나는 게 아니에요. 오전 수업을 빼먹고 친구들이랑 술과 족발을 사서 피아노를 보러 갔지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술과 족발을 다 먹고 잠들어버려서 영화는 전혀 보지를 못 했어요”라며 겸연쩍어 했다.
초등학교 때 배가 아프다며 학교를 조퇴하고 영화를 보러 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는 천승민(40? 남천동) 씨는 주말의 영화는 꼭 챙겨보던 시네마 키드였다. 학창 시절 모범생으로 남아있는 천승민 씨 얘기에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고.
누구나 한 번쯤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기웃거려 봤을 테고,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특별한 즐길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영화는 최고의 오락이자 문화 공간이었고 일상에서 벗어나 가벼운 일탈을 즐기기에 영화관 순례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장소였던 셈이다. 


언제나 맛나는 부추전과 오징어 무침

여전한 메뉴 여전한 그 맛 먹자골목

남포동을 떠올리면 늘 따라오는 기억은 ‘먹자골목’이다. 영도에 사는 배혜정(39세) 씨는 남포동에서 그리 멀리 않은 서여고를 다녔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간식에 목마른 학생들이 사다리를 탔고, 임무를 부여받은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신발을 벗어놓은 채 덧버선 바람으로 골목을 내려와 먹자골목에서 김밥이며 순대, 부추전을 사갔다고. 친구들과 몰래 먹는 간식은 꿀맛이었지만 덧버선 바람으로 남포동 일대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지금 하라면 절대 못할 일이라며 옛날 추억을 되새겼다. 지금도 여전히 그 메뉴 그 맛으로 성업 중인 먹자골목이지만 예전만큼의 맛을 느낄 수 없는 건 적은 돈으로 최소한의 양만 먹을 수 있었던 그 아쉬운 맛이 없어져서일 것이다.

누구나 돌이켜보면 웃음 짓게 하는 기억이 있다. 내 마음이 따뜻했던 시절. 친구들과 짝을 지어 누비던 남포동 거리는 지금도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과 가게 간판이 바뀌었을 뿐 추억을 만들어 가는 장소임은 여전하다. 오늘 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기억 속을 걸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