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빛바랜 학창시절 성적표를 열어 보자. 어떤 엄마는 과거의 자신 보다 공부 못하는 자녀가 아쉽고 야속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엄마는, 아이들 앞에 성적표 보이기가 주저스러울 것이다. 누구든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 하기는 정말 어렵다. 상당수 어머니들이 자녀의 수학 성적에 대해 걱정하며 꾸짖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어머니 수학실력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 중학생 자녀에게 자신있게 설명해 줄 어머니는 많지 않다. 수1, 수2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려움이 느껴진다.
학창시절 성적표를 떠올려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유난히 자신없는 과목 시험을 볼 때 전날부터 긴장이 되고 주눅들어 있었던 경험은 없는지. 영어 공부가 너무 싫어서 ‘난 영어 포기’라고 선언한 적은 없었는지. 수학 문제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 손도 못댄 채 속탔던 경험이 떠오르지는 않는지. 공부 안했다고 너스레를 떨고, 시험 망쳤다고 하다가 막상 성적이 나오면 배신감을 주는 얄미운 친구의 모습이 기억나지는 않는지.
아이들 입장으로 되돌아가보자. 아이들은 부모의 ‘공부하라’는 말과 감시받는 분위기에 공부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신이 어렸을 때 어떤 성적표를 받고 싶었었는지, 무엇이 뜻대로 안되었었는지,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대해 주었을 때 힘이 나고 내 부모가 자랑스러웠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부모 스스로 내 자녀를 위한 부모역할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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